제주도가 무능한 공무원을 솎아내겠다고 한다. ‘삼진아웃제’를 통해 노는 공무원들을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과연 믿어야 하는가. 역사학자 파킨슨은 절대 믿지 말라고 한다. 다른 시·도에서 그런 바람이 부니까 한번 따라 해보는 소리라는 것이다.

파킨슨의 관료불신은 지독하다. 정부나 자치단체 가릴 것없이 관료화한 조직은 몸집 불리는 게 본성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공무원 조직은 만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파킨슨 제1법칙이다.

아닌게 아니라 제주도 공무원도 그렇다. 해마다 줄인다고 외쳐왔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4개 시군을 통폐합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기초단체를 폐지한 만큼 정원은 줄어들어야 마땅한데 거꾸로 불어만 가고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군통폐합은 뭣 때문에 한 것인가. 하다못해 4개 시군 의회가 없어진 만큼이라도 공무원 정원은 줄어야 정상이 아닌가.

그러나 제주도 공무원은 이제 50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2003년 4362명에서 2005년말 4809명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6.94%)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는 다시 517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3년동안 무려 18.5%나 증가한 셈이다.

이 뿐만아니다. 고위직 자리도 더 증설됐다. 그래서 공직사회는 승진잔치에 도취돼 있다.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축 쳐져있는 도민들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도 우리 도민들은 왜 기득권을 버리면서까지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했던가. 가장 큰 이유는 조직과 인력의 구조조정에 있다. 공무원이 많으면 득보다 실도 많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인건비 부담이다. 지난해 제주도 공무원 인건비는 2749억원으로 2년새 12%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제주도의 재정수입은 제자리이다. 이제는 도민의 혈세(지방세) 만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또 공무원이 많으면 돈만 많이 새어 나가는게 아니다. 시간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공무원도 염치가 있어서 그냥 놀고만 먹으려 하지 않는다. 저마다 자리값을 하느라 쓸데 없는 일거리를 만드는 속성이 있다. 결재서류 하나들고 1주일 내내 왔다갔다 하면서 ‘업자’와 민원인들만 피곤하게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이다.
물론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을 마구 나무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생활민원과 행정수요 증대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난 해소에도 기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으로 실업문제를 해소하려 한다면 오산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로 고용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재원이 남아돈다면 민간 일자리 창출에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특별자치도는 이제 공무원을 대폭 감축해서 행정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써야 한다. 슬림화된 정예화 조직이 곧 경쟁력이다.

물론 제 살을 도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직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한다. 관건은 삼진아웃제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있다. 모두가 납득할수 있는 객관적 능력평가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거기에는 투명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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