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권 현주소(상)
장애인·노인 등 권리 현실은 ‘그림의 떡’

‘어떤 목적으로 통행을 할 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수단 및 동선을 확보하는데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인 이동권. 말 그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로,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지만 일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권리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제주지역 교통약자 이동권의 현주소를 두 번에 걸쳐 진단해 본다.

△아직도 닫혀있는 ‘그들만의 사회’
지체장애 1급인 A씨(37)는 집을 나설 때마다 목숨을 건 ‘모험’을 벌인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높지 않은 조그마한 턱도 A씨에게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허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A씨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시설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의식도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외출은 험난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물론 있는 시설도 장애인의 사정에 맞게 만들어져 있지 않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건물에 계단 대신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만 경사가 너무 크고, 사고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핸드레일 설치도 대부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건물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양심적인 차량에게 주차구역을 빼앗기는 일이 태반이다.

A씨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야한다는 생각보다도 병원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느끼는 사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권리 ‘이동권’
지난해 4월 제주에서 전국 최초로 도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과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을 보장해 동등한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의 ‘제주도 교통약자이동편의에 관한 조례’가 제정,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기대가 컸었다.

특히 조례 내용 가운데 특별교통수단과 이동지원센터의 운영에 관한 조항은 그동안 외출을 마음대로 못하던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는 삶의 방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의지와 사회적 관심 부족으로 인해 1년 가까이 시행규칙도 못 만드는 등 조례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겨우 지난 11일에야 조례의 일부 내용을 개정하고, 시행규칙도 신설하는 한편 교통약자에 대한 이용실태를 조사하는 등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석 제주장애인연맹 사무국장은 “이동권 보장 요구는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교통약자 조례에 따라 이동지원센터 등이 운영되면 교통약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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