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또 행정조직을 뜯어고친다고 한다. 그동안 귀가 아플 정도로 자주 들어온 소리다. 이번에는 또 몇해 만이던가. 2004년 6월 김태환 도정이 출범한 이후만도 벌써 3번째이다. 그러니까 연례행사처럼 1년에 한번꼴로 ‘리모델링’을 하는 셈이다.

제주도는 조직개편을 할 때마다 그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행정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옳은 얘기다. 관료들이 움직이는 행정조직은 고비용 저효율로 매우 비생산적이다. 이를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적인 조직으로 확 뒤집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도는 여태까지 뭘 했는가. 해가 바뀌고, 또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조직개편을 해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조직개편이 국면전환이나 ‘분위기 쇄신용’으로 이뤄져 왔던 탓이다. 그동안의 개편작업이 얼마나 부실하길래 1년도 안돼 재공사를 한다는 것인가.

물론 행정조직은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예컨대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그에 맞는 직능과 체계를 구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밥먹듯이 조직에 칼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개편이 결코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잦은 조직개편은 공직사회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행정조직을 개편하는데 어느 공무원인들 차분히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겠는가. ‘밥그릇 챙기기’가 우선일 것이다. 또 인사에 민감한 공무원들은 조직개편 뒤에 있게될 후속인사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뿐만아니라 조직개편으로 인한 잦은 인사는 행정의 일관성을 훼손할 우려도 높다. 김도정은 지난 3년동안 10여차례의 크고 작은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인해 간부공무원들은 업무를 파악할만하면 다시 보따리를 싸들고 이리 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 관광국장은 그새 무려 5명이나 갈릴 정도다. 다른 국장도 거의 비슷한 처지다. 이렇게 해서 과연 행정의 연속성과 조직의 안정을 꾀할수 있을까.

정녕 그래도 조직개편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조직개편은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다. 그렇게 몇몇 부서를 이리저리 옮겨놓는데 그친다면 아예 하지않는 것만 못하다. 또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채 단순히 명칭과 무늬만 바꾸는 조직개편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1년전 출생한 환경부지사만해도 그렇다. ‘절대보전’냄새가 풍기는 명함을 내밀면서 어떻게 외자유치에 나설수 있겠는가. 국제자유도시 건설에 역행하는 명칭이다. 이참에 제격에 맞는 이름표를 붙여줘야할 것이다.

문화관광스포츠국도 마찬가지이다. 백화점식으로 짜깁기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기능과 일 중심으로 새틀을 짜야한다.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경쟁과 경영원리를 도입해서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조직만 개편한다고 행정이 잘 돌아간다면 1년에 열번해도 무방할 것이다. 정작 조직개편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의식개혁이다. 아무리 조직을 새롭게 탈바꿈시킨다해도 공무원 의식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실효를 거둘수가 없다.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조직개편도 공무원들의 의식이 깨어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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