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분야, 그 가운데서도 문인들에게 가난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가난을 자양분 삼아 훌륭한 작품을 쓴 많은 문인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미화돼 전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문인 10명 가운데 4명꼴로 연평균 원고료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는 기초예술연대의 문인생활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조사를 보면, 문인 가운데 80%가량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은 글만으론 살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문인들의 작품발표공간인 문예지인 경우 시 한편의 평균 고료는 9만원, 소설은 40만원, 평론은 30만원이 채 안된다. 작품 하나를 쓰는데 들이는 노력의 각고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적은 액수다. 또 베스트셀러 작가라 하더라도 3만부 이상을 팔기 어려운 현실에서 전업작가가 나오기는 극히 어렵다.

문인이 문학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은 한국문학의 불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학은 모든 예술의 바탕이며 우리 정신문화의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한데 지난해 「저슬사리」(제11집) 출판에 이어 올해도(제12집) 연 2회에 걸쳐 ‘한국신문학인협회 제주지회’가 문예진흥기금 혜택을 부여 받지 못한채 제외됐음은 실로 납득이 가지 않을뿐더러 착잡한 심경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쓰러질 순 없으니 우리 회원들이 단성으로 출판에 임하고 있다.
바라건데 제주문화예술재단 뿐만아니라 주무부처인 제주특별자치도정은 신중을 기하고 창작활동에 새로운 지원방안 연구를 모색하길 바란다.  <이문규 저슬사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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