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도서관 문화학교 강좌 중에 ‘제주문화기행’을 듣는 우리 수강생들은 30대에서 40~50대, 아줌마, 아저씨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하다보니 답사일정을 정하는 것부터가 난항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인솔교수님이 갑자기 몸이 불편하셔서 못 나오신다는 소식과 함께 일정을 취소하느냐, 예정대로 추진하느냐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코스를 변경하고 일행 중 한분이 안내를 맡기로 했다. 친정 오가는 길목에 있어 오 갈 때 마다 늘 바라만 보던 ‘새별 오름’이 목적지였다.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른데 오름 정상에 올라서고 보니 화창한 날씨 덕에 주변이 한 눈에 들어 와서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솔자 분은 중년의 아저씨, 그런데 오름의 어원이 무엇이고 분화구가 어떠하고 ‘목호의 난’이 왜 생겼고….줄줄줄 쏟아 내시는데 도대체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제주 토박이들 중에도 20~30대 젊은 사람들은 들어 보지도 못했을 사투리들을 입에 올린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잘 안 쓰는 말이다. 반갑기도 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컸다. 알아도 궂이 쓸려고도 전해 주려고도 하지 않고 다 잊어가는 말이고 모습들이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서 다 제주사람이 아니다. 제주의 참 모습을 알고 지키고 정말로 아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제주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참가자들 중에는 토박이들도 있지만 외지에서 들어와서 제주를 알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들 모두에게 이말은 각자 다른 의미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제주에 대한 인식과 생활은 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곳곳에 들어서 있는 묘와 산담, 즉 측장에 대하여는 야초지의 묘는 가축의 넘나듬을 방지하고 경작지내의 묘는 돌아가신 분의 집 울타리 경계로서 접담에는 출입구 좌측과 우축 측면에 마련돼 남자와 여자의 출입통로가 다르다는 설명과 외담인 경우 정면 앞에 돌 2∼3개의 층층계를 넣고 출입토록 하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인솔자의 해석도 새삼스레 와 닿았고 점심식사 이후의 ‘금산공원’답사도 더욱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코스 기행이었지만 뿌듯함은 어느 때보다 더 하다. 그리고 제주의 소중함과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며 우당도서관 문화학교 프로그램에 많은 참여를 권하고 싶다.<강경자 우당도서관 문화학교 수강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