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화합 위해 주민투표 실시해야

   
 
   
 
△해군기지 갈등 오히려 확산
5년을 끌어온 제주도의 해군기지 갈등이 도지사의 결단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김태환 도지사는 지난 14일 정부가 요청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결정한 근거는 지난 10일과 11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제주지방자치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54.3%, 반대가 38.2%였다. 3개 후보지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천동 강정마을 56%, 안덕면 화순리 44.2%, 남원읍 위미리 36.1%였다. 도민은 물론 후보지역 주민도 과반수가 찬성했기 때문에 도지사도 동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도지사 단독 결정, 갈등의 불씨만 제공
그러나 도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도지사 혼자 결정하고 발표해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 도의회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승복 가능성이나 공군기지 추가설치 의혹, 정부지원 대책 등에 관해 충분히 검토해 보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도지사는 국가안보와 지역발전을 위해 ‘선 동의 후 합의’가 바람직하다며 거부했다. ‘선 동의 후 합의’가 바람직한지에 관한 결정도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에게 있고 제주도지사는 협의권만 있다. 그런데 700억 원 규모의 지역개발사업을 제시하며 도지사의 동의를 구한 이유는 건축허가 등 각종 사업의 인허가 권한이 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의하는 절차와 방법이다.

△평택·과천에서 배우자
평택 미군기지는 국방부가 주민지원을 위한 특별법부터 제정한 후에 평택시장의 동의를 구했다. 지역개발계획 수립, 국제화계획지구 지정, 공장신설과 학교이전 등의 특례, 국고보조금 인상, 지역주민 우선고용, 이주대책 등이 특별법의 주요내용이다. 과천시는 협의기구를 운영, 기무사가 이미 매입한 22만7000평의 부지를 1/4(5만6000평)로 축소하고 나머지 땅은 과천시가 다시 매입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협의기구에는 시장과 의회의장, 주민대표, 기무사령부 참모장, 국방부 시설국장, 건설교통부 도시국장, 경기도 도시주택국장 등 7명이 참여했다.

평택시와 과천시는 시장과 의회, 시민이 하나가 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반면에, 제주도는 도지사 혼자 밀실에서 협상을 진행하면서 의회의 동의절차와 도민들의 주민투표 요구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다.

△“내가 한 조사만 인정하라?”
평화의 섬과 양립 가능성이나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 찬반 논란이 팽팽한 문제들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지난 2월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는 해군기지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도민투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51.7%)이 여론조사 방식(25.7%)의 2배에 이르렀다. 동의 여부 결정은 도의회가 해야 한다는 응답(34.9%)이 도지사(16.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남이 한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하면서 내가 한 조사결과만 인정하라는 주장은 모순이다. 같은 다수결이라도 여론조사는 법적인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소수의견이 승복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그러나 주민투표에 의한 다수결은 불만이 있어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 군사시설에 주민투표의 선례가 없다거나 비용 때문에 어렵다는 주장은 궁색한 변명이다. 제주도민들은 2년 전에도 주민투표로 시·군 조직을 폐지한 경험이 있다. 스위스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주요정책을 투표로 결정할 정도로 생활화돼 있다. 해군기지처럼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는 도의회의 의결과 주민투표가 도민화합을 위해 바람직한 민주절차다.<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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