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방법, 표본설계, 질문지 구성 등 중립·객관성 담보 못해 신뢰성 상실 초래

   
 
   
 
찬·반이 첨예하거나, 민감한 현안의 여론조사는 주로 ‘중립성’과 ‘객관성’ 담보 및 ‘과학성’의 진실성 확보를 놓고 논란이 따른다. 조사주체의 의도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실제 그러한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제주도의 해군기지 여론조사 결과발표에도 불구, 해군기지 설치지역인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 운동’ 등 ‘인정 거부’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가장 중요한 ‘중립성’과 ‘객관성’ ‘과학성’을 담보해내지 못해 야기됐다.

△중립성 견지 실패
며칠 전 유덕상 제주도 환경부지사가 KBS 아침생방송 대담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은 조사 주체의 중립성 견지 실패 사례로 지적된다.
유 부지사는 1주일 사이에 1차 보다 2차 여론조사에서 찬·반 의견이 급격한 차이를 보인 이유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폭로전의 의혹 제기로 정확한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참 억울하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불리한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면, 애초부터 ‘찬성입장’이었는지 헛갈린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어야할 제주도가 편향된 입장에 있었다면,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누구나 예측 가능한 ‘상식’이 되어버린다. 

△여론조사 협의 부재 객관성 상실
여론조사에서 객관성의 의미는 ‘치우침의 최소화’이다. 여론조사는 조사주체가 조사방법, 표본설계, 질문지 구성 등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구성하지 않으면 일정 정도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어 결과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된다. 제주도의회와 반대단체 등에서는 해군기지 현안의 중대함과 여론조사 왜곡 가능성 때문에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과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했으나, 시쳇말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찬·반단체의 의견을 수렴, 여론조사 전반에 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중재했어야 했지만 제주도는 일방적으로 여론조사 실시를 강행, 쉽사리 치유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조사방법, 표본설계, 질문지 구성, 조사실시기관 등에 관해 사전에 찬반양측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질문지 내용도 과학성 상실
‘비과학적인 질문방식의 오류’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소가 되고 말았다.
우선 해군기지 여론조사 질문 내용은 전문적인 여론조사 기관에서 작성했다고 보기에 의문이 많다. 여론조사 실시 기관은 해군기지 ‘인지도’(알고 있는 정도)와 ‘찬반’,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군기지 ‘찬반’의 가치판단은 해군기지에 대해 ‘알고(인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즉, 해군기지에 대해 ‘모른다’라고 응답한 사람에게는 찬반여부를 묻지 않거나 최소한 관련 정보를 충분히 설명한 다음에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는 그렇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찬반’을 물어 결과에 반영했다. 선거여론조사시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유권자에게 지지 후보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질문방식의 오류가 없었다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검증단’ 구성해야
도는 ‘제주해군기지관련 영향분석 결과보고서’(제주해군기지영향조사연구팀 작성)를 언급하면서 “해군기지 유치결정의 여러 대안 중 여론조사 방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는 여론조사 실시 이전에 전제되어야하는 보고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도민들의 높은 수용성 확보를 위해 찬·반단체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조사기관을 선정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표본추출 불고정 및 신뢰성이 상실된다며 여론조사의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그러나 도는 보고서가 밝힌 전제내용을 여론조사 과정에 반영시키지 않아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해군기지 관련 여론조사의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사설계와 질문지 설계, 표본추출과정, 질문방식과 표본추출 프레임, 1가구 2명 조사의혹 등을 해소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 승복을 강제하고 있으나, 그 전제는 절차의 공정성, 합리성, 민주성의 보장이다.<양진철·여론조사전문기관 미래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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