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새 바람 ‘아이 좋은 학교’- "우리 영어 실력 알면 깜짝놀랠걸요"<

애월읍에 자리잡은 광령초등학교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외국교과서를 활용한 영어몰입교육을 시작으로 영어 일기쓰기, 영어골든벨 퀴즈대회, 실용영어인증제 등 영어를 생활화하고 있다. 농촌의 작은 학교라는 굴레를 벗고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 하이∼영어는 우리 친구

3학년 아이들이 강당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두 손에는 작은 칠판이 들렸다. 방송에서 보던 골든벨 퀴즈대회를 수업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설명을 하면 아이들은 칠판에 O 또는 X를 표기한다. 아이들이 그 순간만큼은 영어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이처럼 놀이와 수업을 병행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영어가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영어몰입교육은 또 다른 재미다. 수학을 전공한 원어민 교사가 미국교과서를 활용해 3∼6학년 아이들에게 영어로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물론 미국교과서 수준은 실제 아이들 수준보다 낮지만 영어를 다양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다.

영어일기도 도입했다. 광령교는 학교 특색과제로 영어일기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1∼3학년은 그림일기, 4∼6학년은 생활일기를 쓰고 있으며, 다음달에는 영어일기 발표대회를 갖는다. 영어 일기쓰기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물론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영어에 대한 투자는 끝이 없다. 영어수업 시간을 주당 4∼6시간 늘린 데 이어 실용영어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어동화극 발표대회, 관광지 소개 말하기 대회 등도 구상중이다.

김용희 교장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재밌게 배울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다양한 수업들을 도입하게 됐다”며 “지루한 수업은 100번해도 재미있는 수업 1번 만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세계로 눈을 돌리자

   
 
   
 
광령교의‘살아있는 수업’은 국제이해교육 자료 개발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4월 아이들은 조를 편성해 나라를 선정, 그 나라의 문화,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신문형태의 자료를 만들었다.

세계로 눈을 돌리자는 취지로 실시된 국제이해교육 행사는 아이들에게 호응이 높았고, 완성된 작품은 복도 곳곳에 전시돼 아이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아이들이 다른 나라를 알아갈수록 영어수업에 대한 열의 또한 높아졌다.

개인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글로벌 인재파일도 눈길을 끌고 있다. 디지털 지수(컴퓨터활용능력), 인터네셔널 지수(외국어 능력), 크리에이티브 지수(독서논술 능력), 모럴 지수(봉사활동)로 나눠 아이들의 글로벌 능력을 키워준다.

글로벌 인재파일은 잘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느냐에 중심을 뒀다. 목표달성에 따른 보상제도를 둬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구자영 어머니회장은 “아이로부터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아이가 영어실력은 물론 세계를 바라보는 식견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즐거운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광령교는 한 주를 율동체조로 시작한다. 신나게 몸을 흔들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수업능률도 향상된다.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즐거운 학교 프로젝트’ 일환이다.

토요휴업일에는 아이들을 실컷 놀게 한다. 토요휴업 프로그램으로 축구, 댄스, 요가, 종이접기가 실시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1·2학년, 3·4학년, 5·6학년 3개반으로 편성해 축구경기를 펼치거나 댄스나 요가를 배운다.

   
 
   
 
방과후 수업은 평일에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전교생 306명 중 171명이 영어회화를 받고 있으며, 독서논술, 논리수학, 컴퓨터 등 모두 461명이 강의를 듣고 있다. 1명이 많게는 4개 강좌까지 신청했다.

독서논술은 3∼6학년 정규 수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학년 수준에 맞는 교재를 선정하고, 전문 지도강사를 초빙했다. 김정희 강사(제주 詩사랑회 회장)는 “신나는 논술, 재미있는 논술, 생각하는 논술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43년 문을 연 광령교는 지난 2003년 전교생이 256명에서 2004년 262명으로 늘었다가 2005년 261명, 2006년 255명으로 조금씩 줄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자율학교 지정으로 306명으로 훌쩍 뛰었다. 아이들이 늘어난 만큼 교사들의 변함없는 열정이 강조되고 있다.

강가예양(5학년)은 “원어민 선생님이 하루종일 학교에 머물러 대화할 수 있어 좋고, 독서논술 시간, 방과후 수업 등으로 학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지금처럼 선생님들이 우리들을 사랑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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