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17년, 제주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다

   
 
  ▲ 제민일보 창간 17년 그래픽<그래픽 조윤경>  
 
‘제주도민의 자존심’제민일보가 오늘(2일)로 창간 17주년을 맞았다. 제민일보는 지난 1990년 제주 해직언론인 115명이 제주에 참 언론의 횃불을 밝히려는 염원과,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온 도민의 정의감과 자존심을 담고 탄생했다. 이같은 탄생배경은 올곧은 기자정신을 토대로 제주역사 바로세우기와 미래를 향한 정론구현의 무태가 되고 있다.

▲‘4·3은 말한다’와 평화의 섬

제민일보는 창간호에서 ‘유혈의 역사 그 진실을 밝힌다’는 제목으로 ‘4·3은 말한다’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제민일보는 이후 ‘4·3은 말한다’연재뿐 아니라 4·3진상규명 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1993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에는 한국언론연구원이 ‘4·3은 말한다’기획보도를 탐사보도의 전형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제민일보는 1991년 4월3일을 맞아 “1949년 3월 현재 인명피해 1만5000명, 80%이상 진압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내용의 비밀문서를 발굴보도, 희생규모와 사건 성격의 일단을 밝혀냈다.

1992년 4월에는 구좌읍 다랑쉬굴 유골 11구 발굴보도했으며 1996년 4월2일자에는 ‘4·3학살 주도했던 책임자 아편중독자였다’는 보도를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에 불을 지폈다.

1997년 4월1일자에는 4·3계엄령은 불법이었다는 보도를 통해 4·3의 진압이 법적 근거없이 자행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1994년 3월10일에는 신문지면에 연재됐던 ‘4·3은 말한다’내용을 일부 다듬고 보완해 「4·3은 말한다」(전예원 간) 2권의 책을 펴냈다. 이후 3권이 더 발간돼 지금까지 모두 5권이 출간됐다.

5권 발행 이후 신문에는 연재가 됐지만 아직까지 책으로 묶이지 않은 내용은 6·7권으로 출판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출신 재일동포 2세인 김중명·문순실씨 등은 「제주도 4·3사건」(신간사 간)이라는 제목으로 제6권까지 일본어로 번역 출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제민일보의 4·3진상규명을 위한 노력과 보도는 이후 4·3특별법 제정(1999년)과 정부의 4·3진상조사보고서 채택(2003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정부가 채택한 4·3보고서는 제민일보 기획보도 ‘4·3은 말한다’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민일보는 ‘4·3은 말한다’이후에도 ‘진실의 복원-4·3유적을 찾아서’를 통해 사라져가는 4·3유적 보전의 필요성을 도민들에게 알렸다.

이와함께 여전히 진행형인 제주4·3의 완전한 진실복원을 향해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1991년 본지 창간 1주년 기념호에서는 ‘평화의 섬 소련 환영한다’는 1면 머릿기사와 ‘한소 석학들이 말하는 북방정책과 제주’토론회를 통해 한·소 제주정상회담(91.4.18)을 계기로 일어난 ‘제주도 세계평화의 섬 지정’민간운동을 공론화했다.

학계에서 시작된 평화의 섬 구상은 결국 2005년 1월27일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제민일보는 1991년 평화의 섬 지정 필요성을 제기한 후 이를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 냈으며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선포하는데 공헌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2005년 ‘올해의 제주인’으로 선정했다.

 

▲오름, 곶자왈과 수(水)자원

고 김종철 선생이 제주의 오름을 답파하면서 연재한 ‘오름나그네’는 제주 오름의 가치를 확인한 연재물로 오름 보호에 전기를 마련했다.

제민일보는 이후 2001년에는 ‘현장탐사, 무너지는 오름’연재를 통해 1990년 ‘오름나그네’를 연재했을 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제주지역 오름의 생채기 확인을 통해 오름 훼손을 막는 노력을 계속했다.

‘오름나그네’연재는 오름의 가치를 도민들에게 인식시켰으며 행정당국은 오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보존방향을 마련케 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2년 11월부터 2004년 3월까지 1년4개월간에 걸쳐 제주의 곶자왈 곳곳을 누비며 연재한 ‘제주의 허파-곶자왈 대탐사’는 쓸모없는 곳으로 여겨지며 자칫 개발로 인해 사라질뻔 한 곶자왈의 가치를 알려냈다.

제민일보 곶자왈 대탐사를 통해 그동안 '실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던 곶자왈 지대가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민일보는 곶자왈에 대한 보도에 그치지 않고 각종 개발로 훼손 위기에 놓인 곶자왈을 영구히 보존·관리하기 위한 시민환경운동도 전개했다. 제민일보와 곶자왈사람들이 공동으로 펼치는 ‘곶자왈 트러스트’운동은 지역사회 환경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10일에는 곶자왈 공유재단이 출범했다. 도민사회의 기금신탁이 잇따르고 있으며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10년간 사유지 곶자왈 200만평 매입에 나서게 된다.

2004년 6월2일 창간 14주년 기념호부터 2년에 걸쳐 연재한 ‘도, 제주도수자원개발사’는 섬 지역인 제주의 물 역사를 집대성한 기획물이다.

장기 기획을 통해 제주에서 물을 어떻게 개발·관리해 왔으며 앞으로 물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대안을 모색했다. 이같은 제민일보의 노력은 제주지하수의 보존·관리의 핵심인 공수화(公水化)의 실질적 시행과 과학적 관리기반 구축을 위한 행정당국의 자세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역사적 소명의식과 열정, 기자정신을 통해 잘못된 제주의 역사를 바로잡고 시대정신을 통해 제주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는데 앞장서온 제민일보는 앞으로도 창간정신을 되살려 제주를 선도하는 신문사로 계속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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