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조사 최종 보고회 열려...대규모 유적의 당시 생활상 조명 자료 확보

   
 
  하귀1지구 유적 내 동문천 인근 저수시설 모습. 지난 4월 촬영한 사진으로 해체 전 모습.<조성익 기자>  
 

 

제주섬, 탐라국 시대 선사인들의 생활상 이해에 도움을 줄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유적의 베일이 벗겨졌다.

용도에 대한 규명이 남았으나, 원형건물터가 다수 발견된 점, 당시 선사인들이 어떻게 생활용수를 조성·사용했는가를 추정할 수 있었던 점 등이 이번 유적의 발굴성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유적은 삼양동 및 화순리, 외도동 유적 등과의 연관관계를 조명할 수 있는 대규모 유적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관심이 모아졌었다. 

   
 
 

원형 둘레를 따라 기둥구멍만 패어있는 원형건물터 항공촬영 모습.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재)호남문화재연구원(원장 윤덕향)은 제주시가 시행하는 하귀1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 중 5만9736㎡에 발굴조사를 마치고, 그 최종 결과를 1일 공개했다.

이 곳에선 주거지 30개동, 원형건물터 14개동, 지상건물지 38개동을 비롯, 저수시설 2기, 성격이 확실치 않은 수혈(구덩이) 105기, 구(패어진 도랑) 30기, 적석소토유구(흙이 불에 타 구워진 땅이 돌하고 엉켜있는 흔적) 1기, 옹관묘와 토광묘 4구 등이 출토됐다.

조사단은 출토된 유물과 유구 등에 비춰 이번 유적은 탐라국 성립기에서 전기에 걸쳐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 전후에서 기원후 2∼3세기에 걸쳐 오랜기간 유적이 형성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출토된 원형건물터들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 10각 형태로 (마치 기둥을 박았을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을 잇는 모서리를 따라 도랑이 파져 있는 것과 원형 둘레를 따라 기둥구멍만 패어있는 형태, 두 종류다. 10각 형태에서 패인 도랑은 빗물 등을 빼내기 위한 배수시설로도 추정되고 있다.

   
 
  하귀1리유적에서는 지표수를 담아 썼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 시설 등도 출토됐다.  
 

이번 10각 형태 건물터 출토는 의미를 지닌다. 기존 삼양동과 외도동 유적에서는 10각 형태의 건물터 일부분만 출토된 상황여서 이번 건물터 출토로 삼양동·외도동 유적에서 이미 발견된 도랑은 바로 이번 하귀1리유적과 같은 건물터의 일부분이었음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특히 원형건물터는 보령 관창리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하지만, 보령 관창리 건물터는 기둥구멍들이 7각을 이룬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귀1리 유적에서는 이와 함께 대규모 저수시설이 발견되는 가 하면 우물 등도 출토돼 당시 생활용수 확보를 위한 선사인들의 지혜로움도 엿볼 수 있다.

조사단은 동문천 인근 저수시설은 동문천 범람 때 이 물을 확보·저장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우물은 지표수를 확보·저장했던 용도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모아진 지표수를 정화하기 위한 구조를 띠고 있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 

이영덕 책임조사원은 `“원형건물터들은 내부 직경이 4.5∼13m로 다양하나, 대부분 대형급에 속해 일반 주거용도보다는 다른 목적을 지닌 시설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유적에서는 유물보다는 건물터 등이 많이 출토됐고, 의례행위가 널리 행해졌음을 추정해볼 수 있는 자취들이 여러 곳에서 발굴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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