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는 제주인의 세 번째 도전…논쟁만 반복 문턱에서 좌절
세계속 국제자유도시 건설 위해 ‘화해·상생’ 자치역량 복원 시급

20세기의 ‘이데올로기’전쟁이 끝나면서 세계가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난 91년 지방의회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특히 95년 민선자치시대 부활 이후 16개 시·도는 물론 232개 시·군·구 등 모든 자치단체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도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세계속의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향해 지난해 7월1일 출항, 1년간 항해에 나섰지만 내·외부의 풍랑에 부딪히면서 흔들리고 있다.<전문>

△세 번째 도전과 위기를 맞은 제주인

제주사회는 1991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린후 현재의 ‘특별자치도’까지 세 번째의 큰 도전을 맞았지만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첫 번째는 지난 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두 번째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세 번째는 2006년의 제주특별자치특별법이 제주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2번의 특별법을 통해 제주사회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려던 도전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맥 없이 무너졌다.

공직사회의 실천전략 부재 및 지역현안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만이 반복되고, 도민합의와 역량을 제대로 집중시키지 못하면서 결국은 장미빛 청사진의 후유증만 남긴 채 실패작으로 끝났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세 번째 도전을 맞은 지금도 앞서 밟았던 2번의 특별법처럼 실패의 그림자와 멍에가 우리들 마음속에 드리우고 있다.

제민일보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실시한 도민 500명 및 도내 각계 각층 200명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도민 500명은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1년의 평가에 대해 47%가 ‘그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39.5%(매우 불만족 10.3%, 불만족 29.2%)로 긍정적인 의견 8.3%(매우 만족 1.4%, 만족 6.9%)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각계 인사 200명은 도민 500명과 달리 부정적인 의견이 48.7%(매우 불만족 15.7%, 불만족 33%)로 가장 많았다. ‘그저 그렇다’는 33%, 긍정적인 의견은 11.2%(매우 만족 1.0%, 만족 10.2%)에 그쳤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뚜렷한 실정이다.

도민 500명의 경우 49.4%가 ‘보통’의견을 제시한 가운데 부정적 응답이 29.9%(매우 낮다 6.7%, 낮다 23.2%)로 긍정 17.7%(매우 높다 3.8%, 높다 313.9%)보다 높게 나타났다. 

각계 인사 200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견해도 부정적인 의견이 47.2%(매우 낮다 14.7%, 낮다 32.5%)로 긍정 24.8%(매우 높다 2.0%, 높다 22.8%)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나머지 25.4%도 ‘그저 그렇다’고 대답하는 등 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곳곳서 공동체 분열…실패한 역사 되풀이

제주사회는 지금 특별자치시대라는 세 번째의 도전을 맞이하면서 도지사·도의원·공무원·도민들이 합심해 현재보다 더 잘 사는 제주를 만들어야 하는 공통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도전에서 우리가 2번의 실패 경험을 성공의 시행착오로 삼아 다시 일어선다면 제주도는 홍콩·싱가포르 이상의 선진 국제자유도시로 도약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반면 특별자치시대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좌절하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키가 어렵다.

그러나 세 번째로 선택한 특별자치도 역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의 좌절감과 깊은 상처를 남긴 역사의 전철을 되밟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앞서 폐지된 특별법처럼 출발부터 도민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공동체 분열 현상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선거때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판을 치고, 제주사회 발전을 이끌어야할 공직사회의 줄서기, 줄세우기 양상도 똑같다.

전직 지사 2명이 사법처리돼 지사직을 잃거나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현직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현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부 공무원들이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로 현직 지사와 함께 공직을 잃게될 처지에 놓이는 등 제주사회의 고질병이 확대·재생산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도민통합의 제주역사에서 해법 찾아야
그렇다고 주저 앉을 수는 없다. 한 국가나 지역이 지도자를 잘 만나면 그 공동체 구성원들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 만큼 지도자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특별자치시대를 맞고서도 도지사·도의원·공직사회 등 지도층이 국제자유도시의 비전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깨어 있는 백성이 나서야 한다.

무한경쟁의 대열에 들어선 현실에서 다른 지역의 발전상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5년후, 10년후 먹고 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인재양성, 전략적 자원 발굴, 주력산업 육성 등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제주인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민선시대의 실패를 성공의 힘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을 모방하기 보다 우리의 제주역사에서 먼저 배워야 한다.

구한말이후부터 제주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토지를 무상으로 기부하면서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설립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평화의 허브로 육성하는 ‘세계 평화의 섬’지정도 4·3의 아픔을 화해·상생으로 극복한 도민통합의 내부역량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탐라왕국 이후부터 이어져온 삼무문화와 청정자연환경,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도 우리의 강점이다. 탐라왕국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태도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창조했다.

제주인은 특별자치시대를 통해 도민 모두가 행복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에 나섰다.

특별자치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도민통합의 에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화해·상생의 도민통합 에너지를 발휘,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질기고, 질긴 분열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박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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