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재능교육 두 바퀴로 달린다
중국과 화상수업…영어몰입교육 영어가이드 영어일기

고.양.부 삼신인이 태어난 광양벌에서 새로운 꿈틀거림이 일고 있다. 지난 1951년 문을 연 광양초등학교가 올 초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돼 '외국어'와 '재능교육' 이란 두 개의 톱니바퀴를 쉴 새 없이 돌리고 있다. 도내 최초로 중국과 화상수업을 진행하는 등 그 변신이 눈부실 정도다. 여기에 교사들과 학생들의 열정이 더해져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리고 있다.

 

   
 
  ▲ 도내 학교에서는 최초로 중국과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외국어요? 그건 기본이죠

"'안녕하세요'를 중국어로는  '니하우'라고 합니다. 함께 말해볼까요" 모니터에 보이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중국 천진의 한국국제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 현지 발음은 물론 중국 문화까지 묻고 답하는 수업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광양교는 외국학교와 이메일 교환프로그램과 첨단 인터넷망을 통한 실시간 화상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수업은 시범수업으로 간단한 인사말을 배우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중국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배울 계획이다.

4학년 김지효양은  "그냥 책을 보면서 배우는 중국어가 아닌 중국 교사가 직접 가르쳐주는 수업이어서 기대가 크다"며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전자메일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화상수업은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주일에 1시간 정도다. 현재는 중국 학교와 교류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호주나 싱가폴 등과 화상수업을 확대 실시해 나간다는 포부다.

   
 
  ▲ 광양초등학교에서는 재능교육프로그램으로 기타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기타 수업이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박민호 기자>  
 
영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 2학년은 영어시간을 주마다 1시간씩 새롭게 도입했고, 모든 학년 재량활동 영역에 영어회화 시간을 학년별로 달리해 운영하고 있다. 5 6학년의 경우 영어시간은 1주일에 2시간, 영어회화는 3시간이 된다.

특히 3학년 이상은 과학과 음악수업 중 일부를 몰입교육으로 활용하고 있다. 몰입교육 때 고학년은 영어를 80% 이상 사용한다. 영어회화나 몰입교육 등 영어를 최대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데 주안점을 뒀다.

영어가이드나 영어일기 쓰기도 새롭게 도입했다. 영어가이드는 교내에서 외국어 관광가이드 인증제를 실시해 인증에 통과한 학생들이 토요 휴업일이나 일요일 학교 인근 관광지인 삼성혈과 자연사박물관에서 외국인 안내 코너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변화는 학부모가 먼저 눈치 챈다.  김순미 어머니회장은 "영어수업이 딱딱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아이들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다"며  "학교의 변화는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믿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신나는 타악 연습. <박민호 기자>  
 
재능을 맘껏 펼쳐라

아이들이 곳곳에서 악기를 다루고 있다. 멋들어지게 트럼펫을 연주하거나 플롯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광양교는 지난 4월 관악부를 창단했고, 클라리넷, 트럼펫, 플롯, 섹소폰 등 총 13종 51개 악기를 구입했다.

아이들은 악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지만 벌써 합주를 할만큼 실력이 늘었다. 지난 4일에는 전체 애국조회 때 국민의례와 애국가 반주연주를 어렵지 않게 해냈다. 엄숙한 분위기임에도 박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자율학교 덕택(?)에 탄생한 관악부는 갖가지 포부도 많다. 오는 7월에는 전도합주경연대회, 8월 제주국제관악제에 나갈 계획이며, 12월에는 학생문화원에서 창단연주회를 통해 아이들이 첫 무대에 오른다.

   
 
  ▲ 재능교육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도 배울 수 있다. <박민호 기자>  
 
광양교는 아이들의 재능 키우기에 앞장섰다. 재능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1 2학년은 체조와 무용을, 3 4학년은 종이공예, 뇌호흡 체조, 수채화 데생 등을, 5 6학년은 기타, 생활공예, 핸드볼, 애니메이션, 풍물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들이 선택한 과정은 1년간 지속된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 아이에게 숨겨진 재능을 찾고자 함이다. 그런 만큼 지도강사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했다. 관악부는 제주시립교향악단에서, 애니메이션은 최근 제주해녀 캐릭터 관련 제주해외 수출계약을 체결한 회사에서 강사로 나섰다.

애니메이션 수업을 받고 있는 문승일군(5학년)은  "평소 만화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 이 수업을 선택하게 됐다"며 "서툴지만 조금씩 배워 가는 애니메이션 작업은 흥미롭고 재밌다"고 설명했다.

   
 
  ▲ 지난 4월 창단된 관악부. 아이들은 금새 합주를 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박민호 기자>  
 
방과 후 수업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학교 개방시간을 확대 운영해 영어회화, 수채화, 독서논술, 바이올린, 플롯 등 영역을 재능교육 프로그램에 이어 연계 지도하고 있다.

광양교는 올해 자율학교 지정에 힘입어 2학급을 증설했다. 예년 같으면 학생 수 감소로 오히려 학급수를 줄여야 했지만 올해는 전학 가려던 20여명이 다시 돌아왔고, 다른 학교에서 33명이 전학을 왔다.

정민수 교장은  "학교마다 외국어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데 우리학교는 외국어는 물론 아이들의 재능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잠재된 재능을 찾고, 키워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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