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주평화포럼에서 동북아 다자안보체계 구축 위한 제주프로세스 실현 가능성 검토

냉전시대 유럽지역 국가들의 긴장상태를 관리하고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 과정인 헬싱키프로세스의 경험을 동북아 지역에 적용 가능성에 대한 첫 시도가 시작됐다. 21일 제4회 제주평화포럼에서 ‘헬싱키에서 제주까지: 동북아 다자협력 제도화를 위한 제주 프로세스 구상’을 대주제로 열린 특별회의에서 헬싱키 프로세스의 주역들과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은 제주프로세스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이날 포럼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IT협력’을 주제로 IT협력과 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 방안 모색을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특별회의 Ⅰ: “헬싱키에서 제주까지: 동북아 다자협력 제도화를 위한 제주 프로세스 구상”

21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리조트에서 열린 제주프로세스 구상 특별회의에는 옛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체제를 무너뜨리고 유럽연합(EU)의 전초가 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를 탄생시킨 ‘헬싱키 프로세스’의 주역들이 참석, 주제발표에 나섰다.

제임스 굿비 헬싱키프로세스 미국대표는 이날 “동아시아 전체의 다자간협력체계를 구성하기보다는 북핵6자회담 참여 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자안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협력체계는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단순한 회의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굿비 대표는 “헬싱키 프로세스는 크고 작은 나라들이 각국의 필요성에 의해 발전하게 됐다”며 “또 헬싱키프로세스가 각국들의 협력 협약 체결이라는 성과를 얻기까지 5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만큼 동북아다자간체계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트랜드 드 크로브르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임이사회 의장은 “유럽국가들이 유럽안보협력 체계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체계로 대립하던 양측 국가들이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서로의 주권과 영토를 인정하고, 국경을 침범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가 유럽안보협력 체계의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는 제주프로세스와 관련 “제주프로세스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부기관·단체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제주를 동북아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주프로세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으로 실현해 나가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 대사는 “제주프로세스를 통해 제주는 동북아 평화의 거점이 되고, 결과적으로 제주의 평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와 세계 평화의 섬으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특별회의에서 마트너 마르코프 오스트리아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유럽 통합과 다자안보협력 경험과 진전이 동북아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교훈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자협력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Non-Zero Sum게임이라는 인식과 이를 실현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라고 지적했다.

또 특별회의 참가자들은 유럽에서의 경험과 교훈을 근거로 다자협력과 양자동맹을 상호 보완적으로 병행 발전시키고,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 상호 신뢰를 구축 및 제도화해 합의사항 이행을 보장하는 안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별회의 Ⅱ: “동아시아에서의 IT협력”

평화구축을 위한 기반으로서 IT협력의 의미를 논의하기 위한 IT관련 회의가 제주평화포럼 사전 특별세션으로 진행됐다.

이날 특별회의에서는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과 브라이언 맥도날드 EU대표부 대사 등 IT분야의 산·관·학 리더들이 모여 새로운 동아시아와 유럽의 IT협력을 논의했다.

김세원 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평화포럼에서 동아시아의 역동적 변화가 IT를 통해 시작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협력방안을 찾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기조연설에 나선 브라이언 맥도날드 주한 EU대표부 대사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논의에서 IT분야가 의미있는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규제완화 문제와 세계표준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정보통신분야는 이제 효과적 협력과 공정한 경쟁이 공존하는 협쟁시대에 들어서면서 정보통신 통·융합환경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이런 통·융합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치혁신을 이끌 것이고, 이것이 동아시아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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