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변경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평화포럼이 열린 제주를 찾고 “후보위에 국민이 있는 것인데, 정책이 ‘옳다’ ‘그르다’ 검증하고 싸워야지 ‘왜 비판하냐’고 따지는 이상한 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5년 단임제하는 쪽팔린 나라’ ‘정치인으로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꿈’,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개인 노무현의 정치적 자유를 달라’며 현직 대통령으로선 전무후무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행은 대한민국 최고의 자치권을 보장받은 제주도민들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의 말대로 항상 반대로만 가는 언론이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게 만들었으니 ‘절차적 민주주의’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제주도민 또한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지난 2002년부터 시작돼온 해군기지 논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라면 공정한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할 터이지만 도민들 상당수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국책사업이 결정돼야 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온당하지 못한 논리가 제주땅에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온갖 의혹이 제기돼 신뢰성이 상실된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제주미래를 결정한다니 최고의 자치권을 보장받은 도민들에겐 이 얼마나 ‘쪽 팔리는’ 일인가?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필수적 요소’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취임 후 ‘이렇다’할 입장을 단 한 번도 내보이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 ‘4.3을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로 가는 제주’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제주역할론’을 강조하는 제주평화포럼을 응원하기 위해 제주를 찾아 놓고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행정방향이 가고 있다’는 ‘나름의’ ‘고민의 흔적’을 애써 표현하면서.

이번 노 대통령의 말이 반세기 후 대한민국이 또한번 ‘국가를 대표해 공식사과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