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PD "프로그램 본래 취지가 한국 문화를 낯설게 보는 것..준코 발언 문제 없다고 봤다"

   
 
  ▲ 일본인 준코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울 때 한 강사가 '잠자리를 함께 하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성적을 주겠다'고 했다"

26일 하루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의 패널인 일본인 여성 사가와 준코의 이 발언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준코는 25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은 대답하며 대학에까지 만연된 성희롱 문제를 거침없이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준코 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 패널들의 성희롱 경험 사례도 공개됐다. 캐나다 출신 루베이다 던포드는 "택시를 탔는데 택시 운전사가 '서양 여자들은 잠자리를 좋아하지 않느냐'는 말로 성희롱을 했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 미르야 말레츠키는 "한국에서 학원을 다닐 때 유부남인 학원장이 나를 안고 입을 맞췄다"고 했다.

이날 외국인 여성 출연진 16명 가운데 12명이 성희롱을 당해본 적이 있다고 답해 우리에게 부끄러움과 함께 충격을 줬다.

이들이 지적하듯, 한국 문화에는 자랑스러운 점과 함께 부끄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간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패널들이 지적하는 우리 문화의 단점 대신 '한국문화 예찬론'에만 취해있었다. "개고기 국물이 시원하다"는 한 패널의 발언에 뛸 듯이 환호했고 이어 다른 패널들도 한국이 좋다는 얘기를 강박적으로 반복했다.

더구나 사오리의 "밥그릇을 들지 않고 밥을 먹으면 개 같다"는 '밥그릇' 발언 이후 패널들은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발언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런 '과잉 충성' 분위기 가운데 불거진 것이 바로 성희롱 발언 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폭로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끄럽지만 한국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의 현실을 통해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은 "이런 얘기는 오히려 좀더 방송에서 다루고 공개적으로 끄집어 내야 한다"며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이런 얘기를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부소장은 "이 같은 사례가 외국인의 입을 통해 방송 전파를 타 큰 이슈가 되긴 했지만, 사실 이는 일상적이고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성희롱 상담 사례"라고 지적하고 "성폭력은 결국 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권력관계에 기반하는 것으로 볼 때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권력관계에 취약할 소지가 있어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듯 보인다"고 밝혔다.

제작진 역시 패널들이 한국 문화의 문제를 더 신랄하게 꼬집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이 프로그램 이기원 PD는 "준코의 얘기보다 오히려 루베이다와 미르야가 밝힌, 생활 속에 만연한 성희롱 실례가 더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민감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한국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방송 전파를 타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PD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바로 '한국 문화를 낯설게 보기'다"며 "우리 문화에 대한 찬사 뿐 아니라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아 한다"고 지적했다.

정도는 약하지만 앞서 외국인 패널들은 앞서 한국의 휴대폰 문화를 얘기하며 공공장소에서의 고성 전화 통화, 얼리어덥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휴대전화기의 과잉 소비 문제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제작진의 의도에 따르면 패널들의 성희롱 경험담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은 얘기들인 셈이다. 제작진은 조만간 새 멤버들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패널을 다양화해야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에 걸맞은 거침없는 발언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준코 에바 등 간판 스타들이 빠진 자리에 어떤 '미녀'들이 들어와 우리 사회 문제점에 주사바늘을 꽂을지 기대가 앞선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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