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눈높이' 수업 추구

   
 
  ▲ 서 교사는 ‘사용하지 않으면 죽은 영어’라는 생각에서 학생들과 되도록 많은 시간을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박민호 기자>  
 

“갓 들어온 초임 교사가 학생들의 입을 자연스럽게 열게 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영어수업이었지만 활발하게 대화가 이뤄졌다.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생생하다”

20년 후에도 살아있는 수업은 이어지고 있다. 그 당시 수업을 기억하는 다른 선배교사의 말대로 지금도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너도나도 발표하려고 손을 들었고, 교사와 영어회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엄중학교 서희순 교사(45)는 지난 1986년이 갓 발령 받는 햇병아리 교사였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희망이다. 조용한 영어교실은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던 터라 가능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영어를 말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 서희순 교사.  
 
서 교사는 “사용하지 않는 영어는 죽은 영어”라며 “가능하면 교사가 먼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학생들도 영어에 익숙해지고, 따라오기 쉽다. 학급당 인원이 적으면 효과가 최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수업 시간에 용기가 없어 말을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쉬는 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학교 차원에서‘패스(Pass)제도’를 도입해 간단한 영어회화 등은 교사와 일대일로 대화를 하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학생 모두가 입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미스 서’로 통한다. 교사가 너무 엄하면 학생들이 쉽게 다가올 수 없고, 결과적으로 영어를 멀리하게 된다며 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늘 친근함을 추구한다.

서 교사도 별명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미스 서’라는 별명이 붙었다. 결혼을 해서‘미스’는 아닌데, 젊게 봐준다니 기쁘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 매주 목요일 ‘존댓말 쓰는 날’ 운영, 효과 '톡톡'

서 교사가 맡은 학급에서는 최근 색다른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을 존댓말 쓰는 날로 정한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비속어 사용이 잦아 고민하던 터에 학생들 스스로가 ‘존댓말을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서 교사는 “등교하는 순간부터 하교할 때까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자율적으로 존댓말을 쓰자 언어습관은 물론 생활태도까지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심지어 축구경기 때 다급한 상황에서도 ‘이쪽으로 패스하세요’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만족함을 표현했다. 오히려 반말을 들으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학생들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존댓말 쓰는 날’은 차츰 다른 반으로도 번져갔다. 기분 좋은 변화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영어연수를 꼬박 챙겼고, 미국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서 교사는 외국에서 보고 배운 모든 지식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교육현장에서 ‘살아있는 수업’을 이끄는 그는 오늘도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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