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망울에서 희망을”

   
 
  ▲ 흥산고 강영일 교장.<박민호 기자>  
 
매일 아침 그가 바라보는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다. 손자·손녀같은 제자들의 눈망울에서 미래사회 제주의 희망을 보는 게 바로 그의 보람이다.

강영일 흥산교 교장(61). 등굣길,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은 강 교장에게 매우 중요한 일과다.

환한 미소를 띠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시무룩한 표정에다, 때론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힌 채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 한켠이 시리다.  

강 교장은  “학생들 하루의 시작은 바로 등굣길”이라며  “기분이 쳐진 애들은 되도록 기분을 풀어주며 교문을 들여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비록 짧은 대화지만 등교하는 학생들을 다독거리기는 등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아침이다.

강영일 교장은 이제 교직생활 44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1964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교직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학생들과 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희망을 키워주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자 보람이다.

그는 제주 산남지역에서 거의 한평생 교직생활을 했다. 경남 합천군 일원에서 처음 10년간 교편을 잡다, 1975년 의귀교로 발령받은 이후 지금까지 서귀포와 옛 남군 지역에서만 교직에 임했다. 태흥교, 법환교, 강정교, 서귀서교, 서귀중앙교, 보목교, 마라분교, 도순교, 하례교 등 산남 교육자로 지역 인재양성에 힘을 쏟았다.

   
 
  ▲ 흥산교 강영일 교장.<박민호 기자>  
 
강영일 교장은 “어느 교육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제자들이 각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게 큰 보람”이라며 “제자들이 잊지 않고 스승을 찾아줄 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물론 강 교장에게도 아쉬움은 많다. 도시권 집중화로 농·어촌 지역 학교들이 점차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강 교장은 그래서인지 흥산교에 대한 자랑거리가 대단하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화한 것이라든지, 전·현직 교원들의 많은 노력 덕분으로 교내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 제작년과 지난해에 걸쳐 교내 시설 리모델링을 하는 가 하면 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현대식으로 자그마한 소운동장도 꾸며졌다.

어학실, 과학실, 도서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강 교장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다름아닌 급식. 그 어느 학교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맛과 영양이 흥산교 급식의 자랑이라고.

강 교장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어떠한 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인지를. 그는 “부끄럽다. 교육정책에 대안을 제시할 만큼 훌륭한 교원이 되지 못한다”면서 “한가지 소망한다면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생은 스승을, 자녀는 부모를 존경하고 친구와 친구사이에도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이제 44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어느 한 교사의 소박한 바람인 것이다.<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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