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근·전업주부·작가

제주로 내려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내를 설득하는데 2-3년이 걸렸고, 행정상의 이유로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주로 이사 온 까닭은 조용하고 느긋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셋이 조금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이질적이고 배타적인 문화를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합리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일처리 때문에 곤욕스러워 합니다. 그래 괜히 내려온 것 같다고 후회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합니다. 남들은 ‘좋은 직장을 왜?’라고 말하지만 곁에서 보기에도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무얼 먹고 살 거냐?’고 묻습니다. 말문이 막힙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아내혼자서 밥벌이를 했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입니다. 일단 아내의 퇴직금으로 2년 동안 먹고살자고 했습니다. 그 안에 먹고살 방도를 마련할 터이니 나를 믿고 그만두라 했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결과가 좋으면 즐거운 추억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길거리로 나앉게 됩니다. 그 결과가 두려운 모양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입에 풀칠하느라 죽지 못해서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눈물짓는 아내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공연히 내려오자고 했나?’ 후회가 됩니다.

아이는 아내와 정반대입니다. 학교에 다녀오기가 무섭게 책가방을 내려놓고, 주섬주섬 짐을 쌉니다. 물병과 갈아입을 옷을 챙깁니다. 선크림을 바르면서 ‘아빠, 빨리 준비해’라고 재촉합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으레 바다에 가는 건줄 압니다. 그런 아이한테 제주에서 재미있는 것 세 가지만 손꼽아보라고 합니다. 낚시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말 타기, 세 번째가 해수욕이랍니다.

다시 아이한테 물어봅니다.
“엄마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자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싫어. 난 안 갈 거니까 갈려면 아빠엄마만 올라가.”
“…….”

제주에서 두 여자랑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한 명은 올라가자 하고, 다른 한 명은 절대로 올라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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