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김지훈 감독, 기획시대 제작)의 평범한 소시민 주인공 김상경이 특전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다.

영화속 시민군 역할을 한 주인공이 영화속 가해자인 공수부대와 같은 부대(물론 시기는 다르다)에서 근무를 했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상경은 이 영화에서 택시기사로 어렵게 살면서도 동생을 보듬고 사랑앞에서 우물쭈물하는 그저 그런 광주의 평범한 소시민 강민우의 모습을 연기했다.

김상경은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가는 계엄군과 그들의 지시를 받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공수부대 요원들에게 동생을 잃고 시민군의 선봉에 설수 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된다.

김상경은 영화 개봉전 한 사석에서 조심스럽게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한 '운명적' 상황을 강조했다. 김상경은 "사실 배우란 영화와 운과 때가 맞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개인적 특별함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지난 94년도에 제가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당시에 부대 간부들 중에는 1980년 '작전'에 참여했던 분도 있었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미 역사적 비극이 벌어진 뒤 14년 후에 군복무인데다. 다시 군복무 11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 개연성을 논하기는 쉽지 않지만 김상경 자신이 그 역사적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속 시민군 주인공으로 나설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김상경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래서 이 영화에 더욱 진한 애정과 머릿속에 많은 단상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상경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데는 여러가지 상황적 이유가 있었지만 이같은 개인적 경험에서 연유한 아이러니와 '운명'의 힘을 마음속에서 떨칠 수가 없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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