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안전 ‘지킴이’
간단한 응급처지 요령 알아야 목숨 구해
하계 어린이 소방안전교실’ 등 바쁜 하루

오랜 경기 침체와 사회를 흔드는 크고 작은 사건으로 올해 첫 태양을 바라보며 다짐했던 각오들은 퇴색됐을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살아있는 ‘현장’이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거나 관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웃을 돌보기 위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다며 뛰어 다니는 사람들, 스스로는 작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난 곳을 다듬으며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일들 하나 하나가 그렇다. ‘ON 현장’은 그런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또 따뜻한(溫)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다.

하얀 모래밭과 연초록 물빛이 고운 금능 해수욕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여름 피서객이 잔뜩 몰려서가 아니다.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비한 ‘하계 어린이 소방안전교실’이 한창이다.

아이들 관심을 끄는 일만도 어려울텐데 진행요원들은 허리춤에 매달린 무전기에서 관심을 떼지 못한다.

‘LIFE GUARD(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이들의 등에는 하나같이 ‘119 시민 수상 구조대’라고 적혀있다.

심폐소생술과 구조 요청 시기·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목소리에는 간절함과 함께 한사람에게라도 더 그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열의가 담겨있다.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119 시민 수상 구조대가 현장에 배치됐다. 금능·협제 해수욕장은 119 구급요원 2명과 해경 3명, 일반인인 수상안전요원 2명 등 7명이 지키고 있다.

넓기만 한 바다를 7명이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 빈틈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땀이 흐르고 목이 타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허은석 소방장(119 한림소방파출소 부소장)은 계속해 “숨을 쉬지 못하고 3분이 지나면 목숨을 잃게 되지만 119 현장 도착에는 평균 5분 정도가 소요된다”며 “헛되이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응급처치 요령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반복해 말했다. 

20년이 넘는 현장 경력 중 6년 넘게 여름 해수욕장을 지키고 있다는 허 소방장은 “지난해 신고를 받고 출동, 구조한 익수자 4명 모두를 구하지 못한 게 가슴에 남는다”며 “그중 13살 어린이 한 명은 응급실에 실려갈 때까지 심장이 뛰고 있어 기대를 했지만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고 말을 흐렸다.

주위에서 응급처치 방법만 알았다면 그렇게 허탈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지나친 과신 역시 사고를 부른다. 어린아이들 보다는 20대 청년층에서 익수·익사 사고가 많은 것 역시 자신의 체력이나 수영 실력을 과신하다 변을 당하기 때문이다.

‘지역 안전망’의 필요성 역시 부각된다. 해수욕장 주변의 지형이나 특성을 잘 아는 지역주민들이 현장 구난·구조에 참여할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안전도시’의 안정적 시스템 가동을 위한 작은 톱니바퀴를 만들자는 얘기다.

허 소방장은 “선진국에서처럼 심폐소생술 등을 여러번 반복 학습, 몸에 익히도록 해야하지만 현 시스템에 서는 장비나 전문 강사 등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며 “목숨을 지키는 일은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안전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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