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제주특별자치도여성특별위원회 사무국장)

내가 시골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한결같다.
  “그럼 아이는? 학교는 어떻게 다녀?”
아니, 시골이라고 학교가 없나. 어째 다들 똑같은 걸 묻는 걸까? 아마도 제대로 된 교육은 도시 큰 학교라야 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이는 아침마다 느리게 굴러오는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한 반에 열댓 명인 반 친구들은 유치원에서부터 같이 다닌 아이들이다. 서로 잘 알고 있는 터라 자잘한 다툼이 생겨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풀 줄 안다.  
교실도 얼마나 아담한지 모른다. 학생수가 적으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자재며 책상을 옹기종기 모아놓고도 교실은 한참 여유롭다. 게시판도 넓어서 그림을 그려도 모두의 그림이 붙는다. 다 주인공인 셈이다.
운동회 때는 어떤가. 학생수가 많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행사를 치르는 도시 학교 운동회에 비하면 그야말로 동네잔치다. 전교생은 물론 학부모와 구경 나온 마을 주민들까지 모두가 달리고 춤추고 경기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어느 집 아빠가 골을 넣고 누구 언니가 달리기에서 몇 등을 하는 지 다 알아본다. 
마을 잔치답게 먹을 것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공동으로 음식을 준비해서 구경 온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나눠 먹는다.

도시 학교에선 축구 골대가 늘 힘깨나 쓰는 6학년 사내 아이 몇 명이 독차지한다. 그런데 이 곳에선 아이들 숫자가 적으니 여자, 남자, 동생 할 것 없이 어울려 축구를 한다. 때로 선생님까지도 같이 운동장을 누비고 다닌다. 
운동장이 넓게 펼쳐져 있으니 모래 놀이터고 정글짐이고 제각각 또래들 차지가 돼 어울려 논다. 그렇게 놀다 죽은 새라도 발견하면 양지바른 곳을 찾아 묻어줄 줄도 안다.  

아이는 단지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부모와 친구, 이웃, 선생님, 풀과 나무, 꽃, 벌레, 별, 달, 바람······ 자기를 둘러싼 온갖 사물과 사람, 그 모든 관계 속에서 온 몸으로 배움을 얻어간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념은 속도와 크기와 양을 쫓아가는 이 시대와 너무나 닮아서 견고한 성과 같다. 아이가 자연에서 자라도록 시골로 이사와놓고도 코앞에 초등학교를 두고 매일 먼 거리 큰 학교로 아이를 실어 나르는 이웃도 있다.

시골에도 학교는 있다. 그 곳에선 한 여름 푸성귀를 닮은 아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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