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의 세찬 바람, 이 자체가 영화제작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는 우리나라의 보물이다”라는 어느 원로 촬영감독의 말처럼 제주는 말 그대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거나 또는 고르지 않은 날씨 등 로케이션 환경으로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불리함도 갖고 있어서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이 좋은 환경에서도 점차 로케이션 적지로서의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이 나오고 있다. 흔히들 광고 카피처럼 ‘2%부족’이라는 내용과 같이 제주의 로케이션 여건은 자연 환경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는 있지만 그 외 영상물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각종 인프라는 현재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시급히 보완이 되지 않을 경우, 제주가 언제까지 영상물제작 로케이션 적지로서 좋은 점수만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의 드라마 또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실외 촬영과 실내 촬영은 불가피하게 병행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곤 한다.(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 최근 영상물제작의 특징은 소재가 다양해짐에 따라 첨단기술과 장비가 동원이 되는 스튜디오를 활용한 특수촬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모든 영상제작이 소화되기 위해서는 대형 실내 스튜디오는 필수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지역은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 때문에 제작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스튜디오는 반드시 필요한 영상산업의 인프라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이러한 영상제작 시설과 환경을 통해 제주에서도 영상산업을 통한 새로운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제주 섬은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수중촬영에는 천혜의 조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국내 영상물 제작의 경우 수중촬영을 위해 외국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30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를 볼 때 향후 제주의 자연환경 조건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제주에서의 영상산업은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상산업도시로의 위상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한국영화 국내 개봉관 점유율만 놓고 본다면 지난 10년간 평균 점유율 50%에 휠씬 미치지 못하는 40%를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들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처럼 판단하고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그 반대의 상황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거나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령 “제주에서 미국개척시대의 서부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라고 광고를 내보자. 그럼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담보돼야 그 일은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서울·경기 영상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외국로케이션유치 심포지엄에서 건의된 내용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끄는 내용 몇가지를 살펴보면 항공자유화와 조세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는데 블록버스터급 영화제작 규모는 인원 및 장비가 747점보여객기 3대 분량에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이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지역 비행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로케이션 유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공자유화를 포함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또한 특별자치를 조기에 완성시키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로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또는 외국 제작사건 그들이 원하는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가 영상문화도시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관건임과 동시에 영상산업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조건이 아닐 수 없다.<고창균 제주영상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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