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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현장] <2> KT IT서포터즈"함께 나누면 행복해요"
고 미 기자
입력 2007-08-05 (일) 19:09:13 | 승인 2007-08-05 (일) 19:09:13

“여보 고마워”

모니터를 채울 듯 커다란 글씨가 말을 한다. 평범한 듯 하지만 너무도 힘들게 공을 들인 말이다.

전직 경찰공무원인 한대석씨(53)는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뇌병변 1급 장애를 얻었다. 오른쪽이 마비되고 언어장애까지 겹치면서 한씨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왼손을 쓰는 것 뿐이었다. 그나마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아내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내 역시 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눈빛’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부부에게 새로 ‘말문’을 열어준 것은 다름 아닌 KT IT서포터즈였다. 이들은 한씨를 위해 왼손으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와 컴퓨터 모니터를 연결, 부부가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했다.

도내에 활동중인 IT 서포터즈는 현학선(45)·김철호(41)·현병철(37)씨 등 모두 세 명.
지역아동센터나 애서원 같은 미혼모 시설 등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만 매일 매일 손이 부족할 정도로 현장을 돈다.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만난 현병철씨는 대뜸 동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동영상을 보는 눈길이 따뜻해진다.

“대부분 우리 손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보면 환경이 열악해 더 나눠주지 못하는 것이 미련으로 남는다”며 “한번 인연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강의든 정보 제공이든 환경 설정이든 모든 것이 의미없는 일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뚤빼뚤 ‘고맙다’고 적은 아이들의 편지나 동영상은 이들에게 ‘보물’이나 다름없다.

애서원에서 포토샵 강의를 하고 나서 일이다. 몇대 안되는 PC 가득 디지털 사진 투성이였다. 자식사랑은 누구 못지 않지만 ‘미혼모’라는 사회적 신분에 묶인 어린 엄마들의 작은 욕심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모아놓는 수준이었지만 포토샵 강의를 받고 나서 엄마들의 눈과 손은 더없이 빨라졌다. 앞으로 사회에 나갈 준비까지도 함께였다.

IT서포터즈들이 하는 일은 생각만큼 화려하게 포장되지는 않는다. 현장에 나가면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정보화 수준의 빈틈을 수없이 확인하곤 한다.

2박3일동안 농아인복지회관의 컴퓨터 등 관련 기기를 점검해 주기도 하고 장애인복지센터가 확보한 173대의 중고 PC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구축과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라도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2학년 현진이를 위해서는 각종 고가 장비를 직접 들고 가 제주시내 삼성교 교실을 연결하는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꼭 필요한 부분이 되기 위해 휴대전화와 이메일은 24시간 열어둔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들의 하루는 꼭 그렇게 움직인다.

현씨는 “인터넷 고스톱 속도를 조금 올려주는 작은 일인데도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기뻐하던 신체장애인도 있었다”며 “‘나누다’와 ‘행복하다’는 것을 매일 배울 수 있어 더 보람있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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