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링에 오른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7)의 등장은 여느 때와 달랐다. 최홍만은 글러브를 낀 두 손을 맞잡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승리를 갈구하는 파이터의 기도는 호쾌한 KO승으로 이어졌다.

최홍만은 5일 홍콩 월드아시아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홍콩대회 슈퍼파이트에서 전 세계 팔씨름 챔피언 게리 굿리지(41, 트리디다드 토바고)를 1라운드 1분 37초 만에 TKO로 꺾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파링 위주로 충분한 훈련을 한 최홍만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1라운드 초반 잠시 탐색전을 벌이던 최홍만은 굿리지의 안면에 니킥과 좌우 펀치를 번갈아 작렬시켰다. [BestNocut_R]

상대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자 최홍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면 스트레이트 펀치를 퍼부으며 상대를 로프 쪽으로 몰아붙였다. 이어 니킥으로 상대에 데미지를 준 후 소나기 펀치를 마구 쏟아부었다. 최홍만의 무지막지한 펀치 러시에 정신을 못 차린 굿 리지는 선 채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고,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날 최홍만의 승리는 전략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왼손잡이인 최홍만은 K-1으로 전향한 후 오른손잡이 자세로 바꿨다.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사우스포(왼손잡이) 자세를 취하면서 상대를 교란시켰다. 결과적으로 최홍만의 작전에 상대가 현혹됐다고 볼 수 있다.

최홍만에게 이날 KO승은 무척 의미 있는 승리이다. 2005년 K-1 데뷔 후 승승장구하던 최홍만은 올해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

최홍만은 지난 3월 K-1 요코하마 대회에서 ‘코리안 킬러’ 마이티 모(미국)에 생애 첫 KO패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4월 K-1 하와이 대회에서 마이크 말론(미국)을 2회 KO로 꺾은 기쁨도 잠시. 지난 6월 K-1 다이너마이트 USA에서 브록 레스너(미국)와 한판 대결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머릿 속 종양 때문에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출전이 무산됐었다.

최홍만은 당시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지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날 승리로 ‘건강 이상설’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또 서울에서 열릴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9월 29일)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8강 토너먼트 결승전에서는 후지모토 유스케(32, 일본)가 왕캉(18, 중국)을 1라운드 KO로 잠재우고 K-1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서울) 티켓을 거머쥐었다. 중국의 신예 파이터 왕캉은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베테랑 파이터에 맞섰지만 후지모토의 ‘붐붐 펀치’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8강전에서 중국의 신홍장(22)에 판정승을 거두고 4강에 오른 후지모토는 준결승전에서 재일교포 김태영(37)에 2라운드 KO당했다. 하지만 김태영이 눈부상으로 결승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행운의 결승전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출전한 한국인 파이터 김동욱, 박용수, 랜디 김은 모두 침몰했다. 리저브 매치에 출전한 김동욱(30)은 엘한 데니스(터키)에 2라운드 로우킥으로 KO당했다. 8강 토너먼트에 출전한 박용수와 랜디 김(32)은 각각 무사시와 왕캉에 KO로 무너져 K-1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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