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2006년 우울증 진료 현황’ 자료에 의하면 제주의 경우 우울증 환자 비율이 인구 100명당 1.3명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최고로 나타났다. 이에 도내 외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제주도의 나쁜 경제사정, 제주지역사회의 갈등 등의 탓으로 돌리며 심지어 ‘발랄-울산’-‘우울-제주’라는 기사 제목까지 등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울증에 대한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보고되고 있지만 최근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의 유병률은 시대, 민족, 사회에 상관없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울산지역이 인구 100명당 0.6명으로 가장 낮은 이유는 노인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제주도의 절반수준),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가 가장 높으며,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젊은 연령층의 경우 직장생활 등을 이유로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적으로 노인인구의 15%에서 우울증상이 나타나며, 여성에서의 유병률이 남성의 2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어떤 질병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이 이환되는가를 볼 때에는 보통 유병률과 발생률, 두 가지 통계적 수치를 사용한다. 유병률이란 어떤 시점에서의 우울증 환자의 비율이며, 발생률은 어떤 기간 동안에 새로운 우울증 환자의 발생을 나타내는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공단에서 제시한 우울증 환자 진료비율은 유병률 조사도 아니며, 발생률 조사도 아니다.

단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로 실제적인 지역사회의 우울증 유병률을 반영하는 자료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전혀 보건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 인구 중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의 수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 수치의 차이는 실제 유병율의 차이가 아니라 의료이용 행태 및 의료접근성의 차이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와같이 우울증은 개인과 사회 나아가서는 국가에 큰 사회경제적 부담을 지우므로 지역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사회의 우울증 유병률 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필자 등이 몇몇 지역을 대상으로 유병률 조사를 한 바 있으나 제주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다.

우울증의 유병률과 위험인자를 파악하여 제주도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예방 및 치료를 포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지역 간의 우울증 유병율의 차이는 없으며, 다만 의료이용행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김문두 제주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제주정신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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