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없이 보호지역 개방...시설 파손·쓰레기 '몸살'

   
 
  ▲ 물영아리오름 습지 진입로 주변에 정비되지 못한 철조망. <김경필 기자>  
 
   
 
  ▲ 파손된 탐방데크 시설이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김경필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습지보호지역인 물영아리오름 습지가 6년만에 개방된 반면 관리 등 후속조치는 부실, 급속한 습지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습지 동시 탐방객수를 30명으로 제한하면서도 이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데다 습지 진입로 정비도 미흡, 시급한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01년 7월부터 출입금지 지역으로 고시했던 물영아리오름 습지를 지난 20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물영아리오름 습지가 지난해 10월18일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됨에 따라 탐방객 방문문의가 급증하는 점을 감안, 개방을 통해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자연보전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다만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습지 생태계 훼손 방지를 위해 자연환경안내원 2명을 배치, 탐방안내를 실시하고 단체탐방객에 대해서는 사전예약제를 적용, 습지 동시 탐방객수를 30명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오후 물영아리오름 습지를 직접 방문해본 결과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입장과는 달리 습지 개방에 따른 관리와 탐방객 통제 체제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습지 진입로를 알리는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진입과정에 바위와 철조망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었다.

게다가 습지 탐방안내를 위해 현장에 자연환경안내원을 배치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는 등 습지보호를 위한 탐방객 통제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물영아리오름 정상 부근에 설치된 일부 탐방데크 시설이 파손됐는가 하면 생활쓰레기도 곳곳에 버려지는 등 습지 보호 지역 개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개방을 통해 물영아리오름 습지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습지 훼손에 대처할 수 있는 보호적 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를 찾은 한 도민은 “세계적인 습지가 개방되면서 도민은 물론 알음알음 이 곳을 찾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며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부 탐방객에만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등 습지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물영아리오름 습지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 맹꽁이, 물여귀 등 습지식물 210종과 곤충 47종, 양서·파충류 8종 등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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