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사람들은 ‘고래같다’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그녀는 바닷속 숨오래참기 대회에서 3분26초를 기록해 일등을 했고, 전봇대길이의 반만큼은 잠수할 수 있다.상군잠수들의 최고수준은 수심 보통 25미터에서 35미터.그녀는 상군중의 상군들이 들어간다는 깊이의 물 속세계를 누빈다. 31년 잠수경력. 10대에 시작해 지금40대인 성산읍 신산리 ‘잠수장’성금화씨는 최전성기의 물질을 하고 있다.

잠수가 있는 제주바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경이로운 풍광이다.살아있는 자연이다.흰빛 테왁,숨비질 소리,힘찬 물질...그녀들의 어디서 그런 엄청난 힘과 정열이 솟구치는걸까.

그바다엔 잉태한 몸으로도 물질을 포기하지 않았다거나 그옛날 저 멀리 블라디보스톡까지 원정물질을 다녔다는 무용담까지 전설같은 제주여성들의 이야기가 흘러다닌다.거친 바다를 당당히 가꾸며 살아오고 있는 삶이 떠다닌다.그들의 장인정신이야 말로 인간문화재가 아닌가.

 남제주군이 얼마전 ‘잠수장’이란 제도를 만들었다. 참으로 의미있는 상이다.각 읍면에서 선정한 잠수5명에게 잠수장 증서를 주고 18만원짜리 고무잠수복 한벌씩을 주었다한다.오랫동안 소외되어왔던 이 분야의 장인들에게 눈을 돌렸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잠수실력과 생활태도,사회에 대한 봉사도 등을 종합,어촌계등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한 모양이다.

 그러나 너무 잠수기능과 판매량 대외활동 등 광범위한 적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50-60년 경력의 할머니 잠수들이 안보여 안타까웠다.

 잠수장을 받은 한 잠수.그 옛날 속곳만 입고 바닷속을 누비던 시절로부터 지금 여든넘게 물질해오고 있는 대선배들에 진정 미안해진다.자신보다 험악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많은데... 젊은 당신이 잠수장 증서를 받게돼 미안해진다했다.

이 상에 더욱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우리는 자랑스런 시민상 하나에도 몇백만원씩 상금을 수여하고 있지 않는가. 자녀를 둔 잠수라면 학자금 면제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잠수의 세계에서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가.기술면으로 잠수의 달인도 있을 것이고,전복을 잘 찾거나,문어를 잘 잡는 잠수도 있을 것이다.오랜 세월 바다에서 하나의 경지를 이룬 잠수들에게 장인의 칭호는 아까운 일이 아닐 터이다.

 한때 수만명이던 제주잠수는 98년 기준 도내 잠수는 7305명.최근엔 5천명선으로 더 떨어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10명중 7.6명이 50세 이상이고, 퇴역해녀만도 1만명이 훨씬 넘었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의 뿌리로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는 북군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잠수들을 자랑한다.최근 3045명으로 떨어졌으나 50대 이상이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이 지역 잠수에 대한 비중은 대단하다.출향잠수만도 1천여명이며 70대 이상 잠수만해도 299명에 달하고 있다한다.허나 해가 바뀔 때마다 잠수들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젊은 잠수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20대 잠수는 손가락을 꼽아야 한다.언젠가 문명화된 사회에서 이들 모습은 사진 속에서만 남을 지 모를 일이다.

 이지역에서도 제주 해녀정신을 계승하기위해 지역사회 발전과 해녀들의 복리증진에 공헌한 도내 해녀를 대상으로 매년 1명씩 선정해 8·15때 시상하기로 했다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운용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더구나 현재 제주잠수들이 제주에 주는 인적 관광자원의 역할 만큼 우리 복지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아직까지 잠수들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제주도가 잠수들의 산재를 계속 노동부에 건의했으나 노동부는 잠수는 5인이상 작업장이 아닌 개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적용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목숨걸고 난바다에서 들숨날숨 가르는 잠수들의 삶은 특수한 삶이다.물질전 뇌선을 먹으며 두통을 가라앉히는 삶의 일상을 가진 잠수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시각의 문제로 접근했으면 한다.

 남제주군의 ‘잠수장’이나 제주해녀 항일기념사업위원회의 ‘제주해녀상’이나 제주인의 무형의 문화를 찾는 길이다.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속에 좋게 정착되고 꾸준히 이어졌으면 한다.<문화부장 겸 편집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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