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에 있어 홍보와 입소문의 중요성은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절실한 상황.

하지만 최근 '디워'가 가진 엄청난 속도의 흥행과 이슈 야기 등이 각종 매체를 통해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거나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극장 배급, 홍보와 마케팅에서 반사적으로 '피해'를 입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코어 상으로 '디워'와 '화려한 휴가'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성적이긴 하지만 평단의 호평을 받고 관객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박스오피스 3위의 '기담'은 현재 약 40만 관객이 들고 있다. 평일에도 꾸준히 4~5만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품격 공포영화인 '기담'을 볼수 있는 시간대는 조조나 심야 시간대가 많다. 주말에는 아예 볼 수 없는 극장의 경우도 많다. 물론 '디워'와 '화려한 휴가'의 스크린 점유 때문이다. 현재 '기담'은 교차상영으로 간신히 17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어서 일부 영화팬들은 극장과 제작사에 항의성 전화를 보내고 있다.

'기담'의 한 제작진은 "'디워'와 '화려한 휴가'의 여파를 안받는다면 거짓말"이라면서 "'디워'에 열광하는 네티즌이나 관객들이 왜 극장의 지나친 영화 수급 편향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정준호 김원희 투톱 배우를 내세워 당초 8일 개봉하려했던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개봉 직전 개봉일을 22일로 피해갔다.

영화사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지나친 과열경쟁을 피하고자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디워'와 '화려한 휴가'의 강한 시장 지배력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15일 개봉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도 답답한 심정은 매한가지. 열심히 보도자료를 만들고 프러모션을 하고 있지만 반응은 아직 미비한 편. 적극적으로 영화를 알리고 있지만 '디워'의 높은 파고 속에 묻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디워'같은 오락영화와 차별화된 관객 층이 타겟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디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간격으로 개봉하는 영화들이 보이는 반응은 무척 조심스러운 눈치다. 얼마전 이송희일 감독과 김조광수 대표의 '디워'비판 이후, 이들에게 가해진 네티즌의 융단 폭격성 언어폭력을 목격한 여타 영화 들은 자신들의 속내를 들어냈다가 맞을 역공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한 개봉 예정 영화 제작진은 "물론 지금 영화계를 휘몰아치는 '디워'의 병리적 현상에 대해 불만이 많다"면서 하지만 자칫 "개봉도 하기전에 소신발언을 했다가 괜한 설화에 휘말려 영화에 피해를 입기 싫다"고 갑갑증을 호소했다.

또 다른 영화의 프러듀서는 "처음에는 '디워'가 이정도로 굉장한 반향을 얻을지 예측못했다"면서 "이 과열열기가 좀 가라앉기를 바랄 뿐"이라고 털어놨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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