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역할이다. 두 남자의 사이에서 힘들고 아픈 사랑을 하는... 서지우를 연기하는 남상미는 기억상실로 자신의 신분을 잃고 범죄조직의 2인자로 성장하는 수현(이준기)과 그의 친구인 국가정보원 요원 민기(정경호)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감정의 표현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 겨우 스물 세살. 제법 필모그라피는 쌓여가고 있지만 여타 대표작이라고 꼽을 만한 것이 솔직히 약하다. 스스로도 그렇겠지만 자신의 '얼짱'이미지를 소비하는 캐릭터가 많았지, 정작 자신의 연기력을 평가받을 만한 작품을 말하기는 어렵다.

정통으로 연기를 공부한 적도 없이 신데렐라 같이 입문한 남상미에게 그래서 연기란 신선하면서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연기력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존재하지만 남상미는 굴하지 않는다. 결국 20대 후반에 들어서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희망과 자신감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이자 시험무대는 더 빨리 다가왔다. 고참 연기자들도 매력을 느낄만큼 감정을 극도로 소비하면서도 겉과 다른 속의 깊이를 우려내야만 하는 서지수의 캐릭터가 찾아왔다. 감정표현의 극대화를 왔다 갔다하는 것이 힘들지만 매력있다는 남상미를 만났다.

최불암이 본 남상미의 궁상끼

2005년 말,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때의 일이다. 당시 남상미는 대 고참 최불암과 함꼐 연기했다. 최불암은 사석에서 함께 출연중인 남상미에 대해 "모든 걸 감내할 줄 아는 인고가 있고 연민도 느껴진다"면서 "남상미를 보니 옛날 최진실이 생각이 나더라"라고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그는 "거울도 안 보고 주위에 사람이 없이 혼자서 열심히 대본을 보는 모습이 요즘 배우들 같지 않다"고 남상미를 칭찬했다. 남상미의 강점을 예쁘면서도 '궁상끼'가 있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남상미는 아직도 당시 최불암 선배님의 이 말을 고마워 하고 있다. "선생님이 보신 거면 정확하겠죠. 글쎄요 궁상끼라는 것이 아마도 제가 다른데 정신 팔지 않고 남보다 뒤처진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그렇게 느끼신 것 같아요. 그런 연기에 대한 제 타는 갈증을 그렇게 표현해주신 것 아닐까요." 사실 남상미는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고. 학창시절에는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 종로 거리를 걷기도 하고 커피집에 앉아 책을 혼자 읽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묻혀있으면서 이런저런 관찰도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연기란 예쁜 척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다.

'달콤한 스파이' PD가 본 남상미의 매력

최근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코미디 드라마의 변주를 신선하게 보여준 고동선 PD는 연기자를 세련되게 조련해 내는 스파르타식 지도를 '달콤한 스파이'촬영 당시 남상미에게 쏟았다. 아마추어 남상미는 호된 연기수업을 받으며 눈물께나 쏟았다. 솔직히 밉기도 했던 고동선 PD를 '개와 늑대의 시간' 촬영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고동선 PD가 동료 김진민 PD를 격려차 온 것.

"고 PD님을 보니까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하지만 이제는 알겠어요. 하나 하나 꼼꼼한 지도가 결국 제게 도움이 돼고 있었다는 사실을 요." 연기자에 대한 애정(?)없이는 결코 집중지도를 안하는 고동선 PD는 이런 남상미에 대해 "한결 나아지고 편안해 보이더라"면서 "그리고 솔직히 이제 예뻐보인다"고 칭찬했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모습이 점차 남상미에게서 배어나온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남상미가 아니라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 '강력 3반'이 베트남에서 호응을 높이 얻었다는 것을 최근 베트남 무대인사가서 알게 됐다. "이미 거기서는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의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고 계시더라구요. 더 열심히 해서 다양한 제 캐릭터를 사랑받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스무살 갓 넘은 남상미에게서 사랑의 깊은 정서를 끌어낼 수 있을까? '개와 늑대의 시간'을 시작할 때 무척 두려웠단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연출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예로 들며 격려했다. '그 어린 주인공들이 과연 경험에서 비롯된 사랑을 한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로 마음 편하게 해도 된다.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놀아라'는 말로 말이다. 대신 진심을 다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롯데리아 걸' '얼짱'이라는 부담스러운 수식어는 늘 따라다니지만 남상미는 개의치 않는다. "제가 갈수록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연기를 계속하면서 피상적인 거죽보다는 진심을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식어"라면서 방긋이 웃는다.

소주 맛을 알 나이가 되면 연기도 좀더 자연스러워 지지 않겠느냐는 제법 그럴 듯한 비유도, 놓는것이 얻는 것이라는 얘기도, 뜨거운 것이 시원해지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면 자기 모습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 돼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빙의가 될 정도로 연기에 푹빠지고 싶다'는 남상미는 무한한 가능성이 샘솟고 있는 이제 겨우 스물 세살이었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