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공원서 버젓이 노름…관광지에선 판돈 건 윷놀이도

   
 
  ▲ 지난 25일 밤10시 30분경 제주시내 한 공원에서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 <박민호 기자>  
 

지난 25일 밤 10시30분께 제주시 일도동 소재 신산공원. 간간이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평온하다. 50·60대로 보이는 10여명이 가로등 불빛 아래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대부분 반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이다. ‘더위를 피해 공원에 나온 동네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은 잠시.

담소라고 생각했던 두런대는 소리는 ‘판돈을 걸라’는 말이었고 이들 가운데는 화투판이 놓여있다.

화투 패가 놓여진 곳마다 만원권 지폐가 쌓여있다. 수북히 쌓인 것이 얼핏 눈으로 보기에도 제법 판돈이 커보인다. 주변에는 이들이 마신 것으로 보이는 술병 수십 개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불과 1~2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열대야를 피해 운동이나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심심찮게 왕래하고 있었지만 화투판은 계속됐다. 일행 중 1~2명이 간혹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돈 놓고 돈 먹기’에 푹 빠져 있었다.

돈이 오가는 민감한 현장이라 큰 소리도 적잖이 나오지만 인근 주민들과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외면하고 있었다.

노름판이 벌어진 현장은 제주경찰서에서 직선거리로 100m 남짓 정도 떨어진 곳이었지만 누구 하나 이들을 만류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늘 노름판은 이 곳만이 아니다.

제주시 인터넷 신문고 등에서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50~60대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윷판 등을 벌이고 시비 끝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까지 보인다며 이를 제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비단 동네 어른뿐 아니라 여름철 관광객이 늘어가면서 전세버스나 렌터카 기사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윷놀이 등 노름판으로 민원을 사고 있다.

주부 한모씨(33·제주시 이도2동)는 “더워서 아이들과 밤에 산책을 나왔다가 사람들이 모여 노름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에서 남의 눈을 피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지역주민은 “하루가 멀다고 노름판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릴까 싶어 못 본 척하기 일쑤”라며 “행정 등에서 나서 이런 행위를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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