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400mm '물폭탄' 최고 200mm 예측 완전 빗나가
재난관리체계 허술·늑장 도로통제 인명사고로

   
 
  ▲ 6일 오전 구좌읍 김녕리 한 농부가 지난 밤 집중호우로 유실된 고구마밭을 바라보고 있다. <박민호 기자>  
 
지난 4일부터 제주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재산과 인명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제주도 재난상황실의 허술한 대처와 기상청의 틀린 예보 등 폭우대응 체계 미흡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 4일 기상예보를 통해 “5일까지 제주지역에 최고 120㎜의 비가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일 저녁 동부지역 등에 170㎜의 비가 쏟아지자, 기상청은 “6일 오후까지 100∼200㎜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동부지역에는 사흘간 기상청의 예상보다 2배가 넘는 400㎜의 비가 쏟아지면서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게다가 기상청은 6일에도 호우특보 해제 4시간여만에 다시 호우주의보를 내려 도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5시 제주 산간과 동부지역에 내려졌던 호우 경보를 해제했다가 오전 9시40분 호우주의보를 발표했다.

효율적인 재난 대책 마련을 위해 자연·인적으로 이원화된 재난 관리 체계를 ‘소방방재본부’로 통합했지만 기대와 달리 시스템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도소방방재본부는 기존 도 재난상황관리과를 흡수, 인재사고와 자연재난 업무를 통합해 인명구조는 물론 재난의 예방·대응·복구활동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자연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통해 각종 상황을 신속히 파악, 대응하도록 했지만 첫 성적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지휘 시스템이 허술해 읍·면·동사무소에서 파악한 자료가 행정시를 통해 원활히 종합되지 않으면서 도로 통제 등 안전과 관련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실제 5일 400㎜가 넘는 폭우로 성산읍 신풍리 상·하동을 연결하는 도로가 침수돼 교통이 통제됐지만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파악치 못했다.

특히 ‘도로통제’는 행정과 경찰 등 유관기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행정차원의 교통통제 요청이 이뤄지지 않는 등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대천동 인근 도로에서 급류에 휩쓸린 20대 자매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5일 오후 8시17분이었으나 도로통제는 이보다 늦은 오후 8시20분께 이뤄졌다.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공하는 누적 강수량 역시 ‘재난’기준을 반영, 제주지방기상청 제공 강수량과 차이를 보이면서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이태경·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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