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태풍 ‘나리’가 남긴 기록은 대단하다.

제주국제공항의 침수피해는 지난 1997년 이후 10년만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국공항공사는 침수피해를 당한 이후 배수로 확보 등 개선공사를 진행했지만 10년만에 다시 피해를 당하면서 제주 관문으로의 이미지를 흐렸다.

제주시내 하천 9곳이 일제히 범람한 것 역시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록적인 폭우로 한천·병문천 등 제주시 중심부를 흐르는 4대 하천이 모두 범람, 건물 수십채가 침수됐는가 하면 제주시내 제석사 하천 복개도로 등에 빗물과 하천물이 넘치면서 주차중인 차량 100여대가 휩쓸려 파손됐다.

제주시 용담1동 대학로 일대로 급류가 몰아치면서 차량 수십대가 해안까지 밀려가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이날 제주시에 내린 비(16일 오전 0~오후5시누적강수량 420㎜)는 1927년 기상관측 이래 1일 강우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도내에서만 17만1569가구가 일제히 정전 피해를 입은 것은 지난해 4월 1일 해저케이블 사고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너울성 파도로 인한 피해도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잇딴 가을 집중호우에 이은 것으로 규모가 계속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름에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비가 내린 반면 최근 들어 지난 4~6일, 또 태풍 ‘나리’가 상륙하기 직전인 14~15일 비가 집중되는 등 ‘축축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예년보다 지반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계속해 내린 비로 땅이 ‘곤죽’ 상태가 된 상황에서 태풍으로 폭우가 내리면서 하천 범람과 도로 침하 등의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쉽다.

기상청은 나리 외에도 이달중 태풍 한두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태풍에 이어 오늘(17일) 10~3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으며 수요일부터는 12호 태풍 ‘위파(태국어 ‘숙녀’)의 영향으로 적잖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고 미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