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대목 노리던 동문시장 수해로 전쟁터

추석을 앞두고 사람들로 북적거려야할 시장에는 질퍽이는 진흙과 각종 물건들만이 산처럼 쌓이고 엉겨붙었다.

상인들은 상수도 물을 이용, 진흙으로 뒤엉킨 집기와 옷, 상품을 세척했고 몇몇 상인들은 진흙을 뒤집어 쓴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태풍 '나리'는 추석 대목으로 활기넘치던 시장안을 말그대로 전쟁터,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물건들이 가득했던 가게와 창고에는 진흙과 오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물건들도 다 젖어 쓸모가 없었다. 

식료품 가게 업주 정순실씨(58·여)는 "추석을 앞두고 고사리, 버섯, 인삼 등 창고에는 3000만원 상당의 물건들이 준비돼 있었다"며 "다 젖고 떠내려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가게 안에 부서진 냉장고 뿐이라며 망연자실해 있던 김건일씨(63·여)는 "참옥돔, 참치, 우럭 등 추석 대목을 위해 준비했던 물건들이 다 쓸려가 버리고 남은 것은 고장난 냉장고 하나뿐"이라며 "물이 쏟아져 들어와도 가게를 지키기 위해 버텼지만 결국 가게에서 천원짜리 한 장 못 가지고 나왔다"며 참던 울음을 터뜨렸다.

옷 가게의 상황도 심각했다. 옷가게을 운영하던 이남호씨(60)은 더 이상 살 의욕이 없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그는 "창고 4곳, 가게 3곳이 다 물에 차버려 아무것도 건질것이 없다"며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탄했다.

동문공설시장상인회 상임부회장인 이창성씨(55)는 "이 좁은 시장길에 차량 3대가 떠밀려 들어올 만큼 이번 태풍으로 인한 상가의 피해는 엄청나다"며 "비도 많이 왔지만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하천이 만조와 맞물려 이같은 피해가 났다"고 분개했다.<김동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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