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로 제주도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상처'를 입었지만 '인정(人情)'까지 다친 것은 아니었다.

태풍 나리가 지나간 다음날인 17일 탑동 유니코 상가내 H 이불점에 한때의 '아줌마'들이 몰렸다.

태풍으로 가을·겨울을 대비해 준비해온 이불들이 흙탕물에 젖어 처치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엄마들이 저렴하게 온정을 나누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빨아서 써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미리 겨울 준비를 하려는 사람들에서부터 당장 쓸 이불을 찾는 사람까지 몰리면서 반나절만에 물건이 동이 났다.

18일 동문재래시장내 경아상회에도 부모님을 위한 '추석빔'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남수각 범람으로 피해를 입은 친정어머니를 도와달라는 한 인터넷 게시판 글을 읽은 도민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하나둘 모여든 것. 이곳만이 아니라 태풍의 흔적을 가까스로 털어낸 동문 시장내 점포들에는 작지만 온정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인 김모씨(63)는 "추석이라 잔뜩 준비를 했던 터라 상실감이 더 크다"며 "그냥 버릴수도 있던 것들인데 이렇게 도움을 줘 정말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인테리어마트(문의 743-3003)가 18일 이달 말까지 침수를 당한 자원봉사자와 개인들을 대상으로 벽지를 선착순 무료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도내 업체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도 17일 오전 긴급 종무회의를 갖고, 제주도민에 대한 위로를 위해 엄청난 인명피해와 정신·물질적 피해를 받은 제주도민에 대한 위로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1000만원의 수재위문금 18일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전달했다.

이번 피해는 제주에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6일부터 쌀·라면 등 생필품 등 이재민 630명에게 전달한데 이어 오늘(19일) 본사 차원에서 준비한 담요와 의류·의료·생활용품 등 4000만원 상당의 긴급 구호품을 1200세대에 제공한다. 적십자사도지사는 17·18일 동문시장에서 피해상인과 자원봉사자 550여명에게 무료 급식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도 18일 제주지역 이재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이 든 구호키드 700점을 비롯 의류와 수건·세제 등 구제 활동에 필요한 물품 3300점을 긴급 전달했다.

SK그룹은 18일 티셔츠 4벌과 수건·간이형 가스렌지· 등 14가지 물품이 들어 있는 긴급재난구호세트 300개(개당 10만원 상당)를 제주지역에 전달했다. 또 계열사은 SK텔레콤에서는 임대폰 300여대를, SK네트웍스에서는 의류 2000여벌을 지원한다.

SK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19일부터 투입해 복구작업에 나서며, SK건설이 보유한 건설장비를 투입시키는 등 그룹차원에서 지원에 나선다.

수해로 물에 젖거나 고장난 가전제품도 무료 수리·점검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 LG전자, 대우전자는 도와 공조해 18일부터 21일까지 피해지역별 읍면동사무소에서 가전제품 무상점검을 실시, 주민들의 재활의지를 북돋고 있다.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본 농가들을 위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농기계 현장수리 지원반을 편성, 피해마을을 순회하며 농기계를 수리하고 필요한 농기계를 무상 대여해 주고 있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자동차 피해가 잇따르면서 자동차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LIG손해보험는 각각 '침수사고특별대책반' 등 보상 처리 인력과 장비를 제주에 추가 배치하는 등 지원을 강화했다.

현대자동차 등에서도 피해를 입은 자동차에 대해 무상 점검을 실시하고, 수리비용도 50% 할인해 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태풍 '나리'가 할퀴고 간 자리에 지역주민은 물론 공무원, 군인 등이 복구활동에 참여, 피해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8일 해군제주사령부와 함께 비상합동상황실을 설치하고 매일 오전·오후 5시에 관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합동회의를 개최, 인력·장비 배치 등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하고 대책을 협의하는 등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소인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들이 수해 현장에 투입, 주민들과 함께 피해지역 복구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18일에는 해군제주사령부 장병 500명과 특전사 300명, 도외 지원병력 300명 등 모두 1100명이 제주시 용담동, 서귀포시 대정읍, 도순동 등 피해복구 현장에서 주민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오늘(19일) 새벽 제주항으로 해병대와 육군 공병대 등 1200여명과 덤프트럭, 지게차,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함께 입항, 인원과 장비부족을 호소하던 피해 지역의 복구를 돕는다.<고 미·김용현·김경필·김동은 인턴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