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자세를 예기할 때 흔히 ‘공복(公僕)’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태풍 ‘나리’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발벗고 뛰고 있는 것도 공복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기본 자세다.

요즘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노동조합 한 간부가 공무원 전산망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말못하는 다수를 위한 외침!’이란 제목으로 도 공무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태풍경보 발령과 함께 전직원에 대한 비상소집은 옳은 처사인지 궁금하군요! 비상단계별 대응계획 방침이 엄연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응계획에 따라 태풍경보 때 1/3 직원만 근무하면 되는데도 전 직원이 근무토록 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런 내용도 덧붙였다. “노사간 단체협약에 의한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비상근무를 한 경우에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체휴무를 실시하여야 한다”

풀어서 말하면 태풍으로 휴일에 비상근무를 했으니 평일에 대체휴무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공복임을 스스로 포기한 글이다. 특히 이 글은 온 섬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지난 16일 오후 4시52분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급류에 휩쓸려 사람이 죽고 자동차가 떠내려간 사이 이런 글을 공무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이 노조 간부에게는 “당장 오늘 먹고 잠잘 것도 막막한데, 추석은 무슨...”이라며 넋을 놓고 있는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도에 확인결과 해당 직원은 공무원노조 간부들과 함께 4000만원의 혈세를 들여 지난 3월13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영국과 스위스, 프랑스를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무원에게 글의 진위를 물었다. “지침이 마련된 만큼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도민들이 불쌍하고, 한숨만 나온다. /현민철 기자 freenat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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