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가득 펼쳐진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오세요”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있어 책읽기의 즐거움을 가르치기에 방학은 더없이 좋은 기회.싱그런 야외나들이로 땀내음을 식히는 것도 좋지만 사람내음 물씬한 고전(古典)으로의 탐험도 권장할만한 여름나기 피서법.

어린이책 전문출판사 비룡소가 최근 펴낸 세계 옛이야기 시리즈 ‘독일편’은 독일의 아동문학가인 그림 형제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해낸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일곱 마리 까마귀」 「찔레꽃 공주」 등 3권.

엄마염소의 말을 듣지 않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힌 아기염소들의 구사일생담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했다고 생각한 일곱 오빠를 구하기 위해 떠난 여자아이의 환상적인 모험기 「일곱 마리 까마귀」,요정의 저주에 걸려 100년의 잠에 빠진 공주를 구하는 왕자이야기 「찔레꽃 공주」 등 개개 작품마다 여백을 충분히 살려 글과 그림을 배치,스토리 이해도 쉽다.석판화의 극치를 보여주듯 섬세하고 진한 터치로 새겨진 인물묘사와 표정변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함께 읽는 어른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독일편의 전체 그림과 이야기전개를 담당한 팰릭스 호프만(1911∼)의 절묘한 묘사·구성력과 작품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프만은 직접 돌을 골라 판에 맞게 다듬어 그림을 찍는 방식으로 손수 작품을 제작하는 세계적인 석판화가.세밀한 손끝의 감각과 긴장을 요하는 석판화인 만큼 그림 한컷 한컷에 담긴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읽는 재미도 녹녹찮다.

이들 동화책의 제작은 호프만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것.아픈 딸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대신하듯 딸이 사랑하는 고양이를 곳곳에 그려넣은 「찔레꽃 공주」,빨간 바지를 즐겨입는 막내아들을 등장시킨 「일곱 마리 까마귀」,아이들과 함께 사는 자신의 집을 모델로 한 「늑대와…」 등 페이지마다 배인 진한 부성애가 장인(匠人)의 숨결과 어우러져 감동을 더한다.각각 7500원.<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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