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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현장] <7>제주시외국인근로자센터 출산육아교육"생명 소중함 아는데 눈빛이면 충분해요"
고 미 기자
입력 2007-09-30 (일) 15:31:13 | 승인 2007-09-30 (일) 15:31:13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엉거주춤한 자세지만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옛날 제주도 어머니들은 밭에서 열심히 김을 맸던 덕분에 자연분만을 잘했다”는 강사의 말이 뒤따른다. 가만 보니 참가자들의 매무새가 남다르다.

출산한지 이제 한 달이 지난 산모에서부터 출산을 앞둔 임부까지, 두툼하지만 자랑스러운 몸매를 적당히 가리고 있다. 매무새만이 아니다. 얼굴 모습은 물론 조심스럽게 오가는 귀엣말은 낯설기만 하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결혼이민자의 행복한 임신과 출산, 육아지도 프로그램’에는 5~6명의 예비 엄마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론 교육에 이어 본격적인 체험 교육에 들어가면 참가자들의 열의 역시 뜨거워졌다.

자연분만에 좋다는 ‘김매기 자세’가 소개될 때는 순간 당혹스러워했지만 동작 하나라도 놓칠까 숨소리마저 죽인다.

집이 좀 작다 싶으면 하루 8번, 아니면 하루 6번 걸레질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자연분만을 위한 준비가 된다는 설명에 작은 탄성이 뒤따른다.

한달전 사내아이를 출산했다는 중국 상하이 출신의 정해기씨(26)는 “미리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며 아쉬움을 연발했다.

중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했던 정씨였지만 제주에서의 출산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아픈 기억이다. 가까스로 자연분만을 하기는 했지만 출산 때까지 정씨는 관련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했다.

정씨는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도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해서 그저 초음파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 전부”라며 “산모 교육을 조금만 일찍 받았어도 그만큼 힘들지 않았을 거란 걸 알고는 더 속상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순선 조산원장이 “이렇게 배우고 나면 둘째는 ‘순풍’하고 낳을 수 있다”며 “그때는 내가 ‘친정엄마’가 돼서 도와주겠다”고 말을 건넨다.

정씨는 고개와 손을 설레설레 흔들며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쉽게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조산원장은 “출산은 소중한 생명을 얻는 고귀한 절차지만 결혼이민여성들에게는 생각하기 싫은 고통이 되는 사례가 많다”며 “말이 통하지 않아 산전·산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에서는 아예 제왕절개 수술을 유도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12월 출산을 앞둔 김 란씨(33·중국 연변 출신)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하면 안되겠냐”며 “두려웠던 마음이 조금 덜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유수유를 위해서 출산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모유를 먹이면서 아이와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 ‘괜찮은’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임신 때부터 잘해야 된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이야기들에도 행복해진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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