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을 휩쓸고 있는 사극 열풍이 스크린에도 옮겨 붙었다. 영화 ‘궁녀’는 조선시대의 궁궐 안,그것도 궁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궁녀들의 삶을 전면에 내세운다.

궁녀들은 ‘임금 향한 일편단심’ 정절을 맹세하고 입궐했다. 수천명의 궁녀 가운데 임금에게 간택 받는 이는 소수다. 대부분의 궁녀는 그저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며 평생 수절할 뿐이다. 언뜻 보면 궐내는 고요한 호수면처럼 평온하다. 하지만 물 아래로 어망을 던지면 욕정과 위선, 암투가 뒤엉킨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썩은 쓰레기처럼 끌려 올라온다.

‘궁녀’는 월령(서영희 분)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사인을 자살로 몰아 은폐하려하는 궁중세력에 대항해 내의녀인 천령(박진희 분)은 가려져있는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궐내 권력투쟁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흔하게 중전과 후궁 등 궁내 실세 여성들이 왕의 눈에 들기 위해 벌이는 암투처럼 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궁녀들도 권력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혈안이다. 위계질서의 먹이사슬이 얽히고설킨 궐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 더러운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이처럼 여성 연출자 김미정 감독은 조선시대 궁녀들의 삶이 남성 권력자들 못지 않게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과거의 여성은 수동적인 모습일 거란 전형성을 깨고 싶었다”며 “그 당시 여성들의 힘든 삶을 통해 현대 여성들이 좀 더 치열한 삶의 열정을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궐내 암투를 서늘한 미스터리 공포 스타일로 푸는만큼 영화는 잔인한 고문 장면 등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사건에 연루된 옥진(임정은 분), 정렬(전혜진 분) 등이 취조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주리 틀기, 팔목 자르기, 바늘로 손톱 찌르기, 물에 적신 종이로 숨 틀어 막기 등의 고문술이 재현돼 관객들의 심기를 불편케 한다. 임정은은 “다양하게 고문을 받는 연기가 관객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이 전개될수록 배우들은 반쯤 정신을 놓은 듯한 신들린 연기를 펼쳤다고 했다. 박진희는 “전혜진이 취조실에서 벌레를 꾹 눌러 죽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리얼하게 하길래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사실적이라 더 슬픈 이야기 ‘궁녀’는 18일 개봉한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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