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때 제주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지방자치적 국가운영,통일과업 완수 등 그 역사성과 역동성으로 인해 고려시대가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이 시대 제주역사를 집대성한 책이 출판돼 주목을 끌고 있다.

 김일우 씨가 쓴 『고려시대 탐라사 연구』가 그것으로,1년여 동안 제민일보에 연재한 대하기획 ‘이야기 제주역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고려시대 때의 제주역사를 학술적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이는 전체 국가사를 보완하고 재조명하는 큰 성과이기도 하다.

 제주제일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김씨가 이후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10여년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주제는 ‘고려시대 지방지배 연구’이다.따라서 김씨의 이번 성과는 자신의 연구주제를 고향 제주를 통해 심화하고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지면관계상 제민일보 연재 때 생략됐던 방대한 양의 사료들을 본문 속에 혹은 각주를 통해 치밀하게 배치함으로써 논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특히 「고려사」 등 1차사료는 물론 인용된 많은 양의 참고문헌들은 이 책의 깊이를 느끼게 해 준다.그러면서도 신문연재를 위해 다듬었던 ‘쉬운 글쓰기’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책 내용은 △고려의 건국과 탐라의 정치·사회적 위상 △고려시대 탐라민의 생업활동과 신앙 △탐라의 행정단위 변화와 외관의 행적 △원 간섭기와 공민왕대 이후의 탐라 등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뉜다.

 책 내용 중 김씨가 처음으로 논증해 낸 ‘행정단위로서의 도(島)의 실체’,‘주현(主縣)과 속현(屬縣)의 관계’ 등은 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성과이다.또한 목마장 위주로 거론되던 원(元) 지배기의 구체적 실상을 밝혀다거나 탐라의 행정단위 변화문제를 정리한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이다.

 특히 두번째 목차인 ‘탐라민의 생업활동과 신앙’편은 그동안 시대초월적으로 논의되던 제주인의 농업·수산업·해상업·목축업·신앙을 시기별로 구체적 사료에 근거한 역사적 규명을 함으로써 당대의 사회·경제상을 밝혔다.

 이 책은 또한 통사 서술의 큰 틀을 견지하면서도 △제주인 고조기(高兆基)의 첫 수상 취임,△제주로의 정부재천(再遷) 시도,△탐라목호와 최영장군의 결전 등 많은 주제를 ‘보론(補論)’으로 실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현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와 한라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씨는 최근 정부가 21세기 인재양성을 위해 제정한 ‘BK(두뇌한국) 21’ 한국사 분야에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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