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일구는 ‘소중한 공간’

   
 
  ▲ 지난 10일 제주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다목적실에서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세번째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 늦은 밤 밝히는 장애인들의 열정
- 부족한 시설에 따뜻한 관심 절실

어릴 적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온 김기홍씨(42·제주시 이도1동). 그는 수십 년간 배우지 못한 응어리를 마음에 담고 살아왔다.

그에겐 갈수록 심해지는 육체적 고통 보다 풀지 못한 마음의 응어리가 더 큰 상처였다.

배움을 향한 열정은 누구 못지 않게 강했지만 그를 받아줄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희망을 열어줄 소중한 공간이 생겼다.

지난 2004년 제주시 삼도2동에 문을 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김씨는 성인 중증장애인들의 학력취득을 돕기 위한 학교가 설립된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김씨는 장애인야간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4년여간 수강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일구고 있다.

김씨는 “몸은 비록 휠체어에 의지해 있지만 마음만큼은 소중한 꿈을 위해 힘차게 달리는 중”이라며 “마음의 응어리를 떨쳐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장애인야간학교는 초등·중등·고등부로 교육과정을 연중 운영하며, 풍물·영상미디어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과거 생활여건 등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성인중증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의 권리를 보장해주고자 하는 게 학교 설립 취지다.

개교 당시 3명이었던 학생수도 어느덧 50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검정고시 합격자만도 18명에 이르고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에선 전도 수석을 배출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학력취득을 통해 사회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스스로 선택·결정하는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애인야간학교는 비좁은 공간 때문에 더 이상 학생을 받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6∼7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인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의실을 장애인야간학교 강의실로 사용해온 터라 지금도 정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오히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학교에 감사하다는 게 학생들의 마음이다.

김태환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회복지사는 “학교 운영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이동권”이라며 “센터에서 운행하는 차량만으로는 통학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고관철 교장은 “비좁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에 답답할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 한마디 없다”며 “모두가 소중한 꿈을 갖고 온 이들이기에 배움에 대한 열정도 누구보다 뜨겁다”고 말했다.

고 교장은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자치단체를 비롯한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김경필 기자 kkp2032@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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