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 FTA 등에 따른 농산물시장의 개방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국내농업에 위기가 닥치면서 우리의 삶의 뿌리였던 농업이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험난한 태풍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해결책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지속가능성의 이념에 입각하여 환경보전의 바탕위에서 농촌 그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수많은 고객에게 판촉하는 것이다. 도처에 늘려있는 자연물, 전원경관, 역사소재, 문화흔적 등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원을 새롭게 인식하여 이를 미래 농촌 대안경제 창출을 위한 동력원으로 삼는 것이다. 여기에는 빛, 소리 등 오감을 일깨우는 것과 아름다움, 즐거움 등 느낌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경외, 나눔 등 정념적 사유를 유도하는 것 등 우리에게 유익한 감성과 인식작용을 일으키는 일체의 것을 모두 포함한다. 이를 흔히 외국어로 어메니티(amenity)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촌에서 농업생산에 관여된 것 이외에는 그 어느 것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누가 마을 주변에 쓸모없는 듯 널려있는 갈대숲, 논둑길, 모래밭, 파도소리가 훌륭한 자원이며 심지어 해질녘 밥 짓는 연기, 풀내음까지 쓸모 있는 자원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최근 들어 농촌 어메니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주5일제 시행, 전통 의식주가 지닌 건강성을 소재로 한 상품이 대거 등장, 영상문화, 콘텐츠 등 감성을 중시하는 문화매체에서의 감성의 원천으로서 다양한 어메니티를 소재를 하고 있으며,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쾌적한 생활환경 즉 정주어메니티에 대한 욕구가 증대, 도시화, 산업화의 와중에서 흔들리는 개인 및 집단의 정체성을 성찰하게끔 하는 교육수단으로서 어메니티 자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농촌 어메니티자원을 어떻게 해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선 도처에 늘려있는 어메니티자원을 발굴, 가치를 평가한 후 이를 다양한 기록매체를 통해 저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그 다음은 토착자원을 첨단농업기술, 정보기술, 디자인기술, 문화기술 등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상품 및 서비스개발을 모색하고 기존 주택, 교육, 문화, 통신산업 등과의 결합가능성도 타진해야 할 것이다.

농촌관광은 이제는 자치단체의 어메니티자원 풀(pool)과 연계되어 어메니티 산업화 과정과 직결되도록 하고 특히 어메니티 콘텐츠 및 사이버거래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며, 행정은 민간의 어메니티경영을 위해 마케팅, 홍보를 지원하고 지적재산권 등록을 강력히 추진하며 주민의 재산권 활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상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총체적 연구와 계획수립이 절실한바 전문인력들과 항구적인 협력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1세기 농촌의 미래는 '어메니티 경제권'의 구현에 달려있다. 어메니티 경제권을 실현하는 것만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농업에 돌파구를 여는 길이며 활기를 잃은 농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달아주는 것이다. 이는 농촌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환경을 살리고 문화를 융성케 하며 지역공동체에 원기를 북돋아주는 커다란 희망될 것이다. <류성필·환경공학박사·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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