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가을빛이 아름다운 2007년이다.

이제 다음주면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지금 고3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도록 분주할 터이다.

이즘에 논술고사에 대해서 한번 말해 보려고 한다.

대입 논술고사가 실시된 지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일정한 포맷을 갖춘 안정된 상태다.

논술고사란?
제시문에 나온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고 논제가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논술고사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묻고 있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묻는 것만 쓰는 시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논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읽기에 치중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2~3번 정도 세심하게 제시문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1600자 내외의 논술은 군더더기 없는 논리적이고 조직적이며 명확하고 체계적인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반드시 개요를 작성하고 차트 그리듯이 논리의 구조를 명확히 써야한다. 그런데도 막상 도저히 못쓰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대립된 입장을 설정하고 서로 비교하며 한쪽 입장의 장점과 단점을, 다른 쪽 입장의 장점과 단점을 서술하는 식으로 풀어갈 때 편안하게 논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논술이란 글쓰기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영수처럼 기초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독서와 사색, 글쓰기의 반복적 연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은 무리이다. 단지 비문(非文)만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원고지 사용법과 맞춤법 등도 꼼꼼히 익혀두어야겠다. 사실 배점표 상으로는 점수가 미미하지만 아무리 수려한 문장이라도 원고지사용법과 맞춤법이 엉망이면 심사위원들에게 결정적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누구나 똑같이 쓸 수 있는 모범답안을 외우는 것보다는 짧은 고전을 꼼꼼히 읽고 분석하며 토론해보는 방법을 권해본다. 구체적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튼'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같은 문화비평 성격의 책들도 입시준비용으로 권한다.

끝으로 사고의 깊이를 보여준답시고 어려운 용어나 익숙하지도 않은 단어로 문장을 만들지 말고, 쉬운 용어를 쓰면서 문체의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 질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필사의 각오로 노력해 볼 일이다.

이 아름다운 늦가을 막바지 수능 준비로 여념이 없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미약하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논술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써 보았다. 

 수험생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장수명·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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