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주는 사랑, 너무 벅찬 감동”

   
 
   
 
“선생님, 우리 선생님….”

제자들의 이러한 한마디는 스승에겐 기쁨이다. 그래서 스승은 그 누구보다 마음이 부자다.

김동진 노형교 교감(57)은 마음이 배부르다. 행복하다. 세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교사의 삶을 살아왔지만, 제자들이 건네준 감동과 보람으로 너무나 값지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그가 걸어온 삶의 자취가 눈길을 끈다. 그는 벌써 19차례나 주례를 섰다.

그에게 첫 주례를 부탁한 이는 그가 초임시절 가르쳤던 여자 제자였다. 그는 지난 1976년 한경면 산양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을 잡았는데, 이때 제자가 어느새 성장, 주례를 부탁한 것이다. 김 교감이 40세 때였다.

제자들의 주례 성화가 대단했다. 그는 이후 산양교 제자 8명의 백년가약을 맺어주는가 하면 지금까지 19차례나 주례를 서야 했다.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도 있었고, 더러는 그가 근무하던 마을의 청년들도 그를 찾았다.

김 교감은 항상 추억을 먹고 산다. 산양교 제자들은 물론 그에게 배움을 받은 제자들은 스승의 날이나 연말에 가족과 함께 찾아와 스승과 소중했던 그날을 추억한다.

어느 덧 중년이 된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권하는 술 한잔이 행복이다. 아내에게 결혼 후 30여년간 꽃다발은커녕 꽃 한송이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제자들이 그의 아내에게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한다. 가슴 한켠에서 눈물이 핑돈다.

40세가 넘은 어떤 제자는 김 교감 집에 있는 소나무들이 너무 무성하다며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전정작업까지 한다고….

김동진 교감이 이렇듯 제자들의 사랑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제자들의 스승사랑이 꼭 극성이어서만은 아닌 듯 했다. 그의 교육관과 스승으로서의 그의 삶이 제자들 가슴 깊이 와 닿았기 때문인 듯 했다.

   
 
  김동진 교감선생님  
 
김동진 교감은 “학생과 교사간 신뢰를 쌓는 게 교육에 앞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제간에 교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의 교육관을 설명했다.

사제간 교감을 중요시해서 일까 그에겐 꼭 지키는 일이 있다. 그는 우선 장난하다 유리창을 깬 아이는 절대 혼내지 않으려 했다. 철없는 애들이 장난칠 수 있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로 그 아이는 벌써 놀래고 벌도 받았다는 것.

그는 또 아침에는 학생들을 꾸중하지 않으려 했고, 전학 온 아이는 며칠간 귀가를 꼭 확인했다. 새 학교를 온 만큼 학생들의 길거리 안전이 늘 그에겐 걱정이었다.

가정 환경이 어려운 아이가 준비물을 챙겨오지 못한 경우는 당연히 이해해야 했으며, 서로 다툰 아이들은 현장에서 꾸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진정토록 해 서로가 잘못했음을 자신들이 깨우칠 수 있도록 지도에 신중을 기했다.

김동진 교감은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땐, 다 이유가 있다. 어리다보니 충동적으로 잘못할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아이들은 잘 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애들 스스로 느끼고 깨우칠 수 있도록 상처를 보듬어줘야 한다”고 건넸다.

김 교감은 특히 “예비교사인 교생들에게 시골로 가서 시작하라는 말을 많이 해왔다. 시골에서 아이들과 교사로서의 꿈을 키웠으면 한다”며 “그래서 초등교사는 매우 보람있는 일이다. 그리고 행복한 삶이다”라고 전했다. /이영수 기자 opindoo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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