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경찰행정학과 수시 합격이 결정된 수경(가명·여·18)이는 수능일을 앞두고 ‘행운의 떡’을 받았다.

시험을 잘 치르라는 의미에서 갖가지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떡 선물은 자칫 식상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다니는 것이 더 고민인 수경이에게 ‘행운의 떡’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위탁가정 고3수험생 34명에게 행운의 떡을 전달하고 진학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수경이도 그 중 한 명. 태어나면서 할머니 손에 맡겨졌던 수경이는 할머니의 희망과 자신의 꿈을 위해 어려운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걸었다. 수시 합격의 기쁨은 잠시, 앞으로 수험료와 등록금 등 경제적 고민은 ‘홀로서기’를 위해 첫발을 내딛는 수경이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늘 옆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신해 할머니·할아버지, 친·인척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간 고3수험생은 36명. 이중 건강 등의 이유로 휴학을 한 1명과 개인적 사정으로 진학 자체를 포기한 1명 등 2명을 제외한 34명이 15일 수능시험을 치렀다.

34명 중 15명은 일찌감치 수시 합격이 결정됐다. 축구에 소질이 있던 2명 중 하나는 축구특기생으로, 남은 1명은 대학진학과 실업팀 진출을 고민중이다.

대부분은 바로 취업이 가능한 ‘실용’적인 학과를 선택했다.

문제는 그 다음. 진학 결정은 했지만 “대학가는 게 욕심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가슴을 짓누른다.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사회 진출을 준비했던 아이들은 일찍 어른이 됐다.

가정위탁지원센터 양창근 팀장은 “대부분 진학 여부보다 대학에 다니는 문제를 더 고민한다”며 “자립지원금 등 지원대책이 마련된 시설아동들과 달리 위탁아동들은 경제적 부담을 비정기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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