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이 최근 진실화해위에 의해 '조작된‘ 사건임이 드러났다. 16년만에 밝혀진 진실이다. 강기훈씨는 당시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며 온몸을 던진 동지 김기설씨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유서를 대신 써 죽음을 방조했다는‘ 억울한 누명에다 징역3년2개월의 가혹한 희생을 강요당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사법부는 '강기훈씨의 필적과 김기설씨의 필적이 다르다'는 주장대신 '동일한 필적'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줘 김기설씨의 자필유서를 강기훈씨가 대필한 것으로 판결했고 강기훈씨는 16년간 누명과 함께 살아야 했다. 이같은 결론에 강기훈씨는 ‘자식에게 무죄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소망을 이뤘다’는 말로 소회했다.

그러나 정작 강기훈씨를 조작과 유죄판결로 몰아갔던 법조계 인사들은 반성은 커녕 ‘인정할 수 없다’고 해 또한번 슬프게 한다.


대법원이 15일 김태환 도지사의 공직선거법위반사건에 대해 에둘러 ‘사실상 무죄’임을 선고했다. 판결문 어디에도 ‘김 지사는 무죄’라고 쓰여있지 않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위법한 증거수집은 인정할 수 없으며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 외에 김 지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찾아내 다시 광주고법에서 충분히 심의하라’는 주문인 것 같다. ‘헌법과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인권보장을 위해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참으로 대단하다. 유서대필사건의 부끄러운 판결에도 ‘떳떳한’ 사법부가 40년 동안 유지된 판례를 뒤바꿀 만큼 검찰의 증거수집절차가 잘못됐다고 결정한 것은 다시 따져봐야할 사안이지만 인권의 가치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줘 감사할 따름이다.

그게 수억원으로 덧칠한 국내 최고의 로펌의 위력이 아니라 사법부의 일관된 방침으로 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사회생한 당사자 김 지사의 심정이 궁금하다. 심각한 절차적 오류로 제주사회를 ‘갈등의 섬’으로 만들고 있는 해군기지문제에 사법부의 가치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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