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선별이 감귤 살길”


“단속하는 과정에서 농민과 선과장 관계자들에게 죄인 취급을 받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주감귤이 제값을 받기 위해선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귤유통명령 단속반원들이 비상품유통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선과장측과 거의 매일 입씨름, 부분적으로는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속반원들은 충돌만 벌이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가격하락 및 비상품 처리난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도 듣는다.

지난 15일에도 자치경찰 3명·민간단속반원 2명·읍사무소 직원 1명은 애월지역 선과장을 불시에 방문했다.

김용철 제주도자치경찰단 관광환경팀 주임은 “최근 감귤 하락으로 농민들이 매우 민감해져 단속과정에서 온갖 욕설과 항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애월읍 하가리 한 선과장에서는 단속반과 농가가 서로 충돌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단속대원들이 검사를 위해 포장된 감귤박스를 개봉하려는 순간 한 선과장 관계자가 다가와 옷을 잡아채며 욕설을 퍼붓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단속대원들은 감귤상자 2개를 개봉하고 시장격리용 측정자를 이용해 검사에 착수했다. 결국 1번과 이하의 비상품 감귤이 발견되자 선과장 관계자는 “한 순간 많은 양의 감귤을 선별하다 보면 큰 감귤이 1번과 통과구멍을 막아 상자에 담겨질 수 있다”고 발뺌했다.

단속반원들은 1번 미만 감귤이 발견된 비율이 상자당 10개 이하에 그치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과태료 부과의 처분은 내리지 않았다.

단속반원들은 이날 충돌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다른 곳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이는 밝혔다.

지난해부터 감귤유통명령 단속에 참여한 강건오 민간인 단속반원은 “단속 과정에서 농민과 선과장 관계자들이 온갖 욕설과 몸싸움을 벌이며 방해할 때가 많아 어려움이 많다”며 “2년간 먹은 욕만으로도 100년은 넘게 살 것”이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이태현 제주도 담당자도 “선과기와 측정자의 구멍간에 오차가 발생하고,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며 “단속반원과 농가·선과장측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단속방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속반원들은 이어 하귀리 한 선과장에서도 비상품유통행위 감시에 나섰지만 비상품 감귤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곳의 선과장 관계자는 선별된 1번과 이하의 감귤을 보여 주며 “농가들에게 1번 미만과 9번과 이상을 선과장에 보내지 말라고 요청해도 지키지 않는다”며 “특히 가공처리가 금지된 1번과 이하의 감귤이 10%이상 선별돼 자비를 들여 폐기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유수암리·장전리 등 여러 곳의 선과장을 찾았지만 최근 감귤가격 하락으로 상당수가 운영을 중단, 최근 감귤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용철 주임은 “농가 보호를 위해 선과장 단속은 물론 비상품감귤을 구매해 시장에 내놓는 악덕상인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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