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가까워지면 나는 이상한 장면들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동네마다 전에 없이 각종 크고 작은 공사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자그마한 공원바닥에 우레탄을 깐다든지, 이제까지 본채 만채 하던 도로 옆 화단들을 보수한다든지, 노인당 앞에 없어도 될 계단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어느 순간 “저 돈으로 더 급하고 꼭 필요한 곳에 쓰면 더 좋을텐데...”하는 생각과 함께 왜 저럴까 궁금해졌다. 몇 사람에게 물어 알아봤더니 행정구역장들이 책정해 놓은 예산을 남김없이 쓰기위해서 그렇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만약 그 해에 배정받은 예산을 모두 쓰지 않으면 다음해에는 그보다 더 적은 돈을 할당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주하게 그 해가 다 가기 전에 있는 돈을 써댄다는 것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그렇게 쓰여지는 돈이 결국은 시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일텐데, 그 귀중한 돈을 연말이 가까워지자 후다닥 해치우듯 쓴다고 생각하니 착하게 세금 꼬박꼬박 내는 일반서민들은 기분이 좋을 리 있겠는가?

한번은 우리 동네 노인당 노래방 기기를 새로 들여놓는다고 동사무소 직원과 노래방기기판매자들이 분주하게 오고갔다. 기존에 갖춰놓은 멀쩡한 노래방 기기가 있는데 왜 또 새것을 들여놓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오락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어린이도서관은 자금사정이 어려워 후원회원 모집하고 여러 군데 건의안을 보내고 프로젝트를 따고 해서 어렵게 자금을 모으고 있었지만 정작 동사무소 차원에서 넉넉하게 후원해 주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은 무엇이겠는가?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이고 선거권이 없는 어린이들은 관심이 없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훌륭한 행정가의 모습은 국민이 낸 세금을 헛되이 쓰지 않고, 비록 예산이 적다하더라도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고 효율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그런 모습 보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들은 매일 대통령후보들의 행보를 전하느라 바쁘다. 선심성 행정을 펴는 지역장들을 뽑지 말아야 하듯 특정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대통령으로서는 자격미달이 아닐까. 대통령이 되고나면 분명 뭔가를 더 얻으려고 할 테니 말이다. <오금숙·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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