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복도로 나섭니다. 그 앞에 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줍니다. “열중 쉬어, 열 중 쉬어.” 교실에서 복도로 나서는 아이 한명, 한명에게 다짐을 합니다. 아이들이 화장실로, 운동장으로 갑니다. 모두가 열중 쉬어 자세입니다. 전쟁포로나 정신병자취급을 받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돌아와서 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이 학교로 오라고 합니다. 가서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묻습니다. “그럼, 아버님. 아이들한테 열중 쉬어 대신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니게 하면 어떨까요?” “…….”

수업시간입니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이 손을 듭니다. 선생님의 지목을 받은 아이가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합니다.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이 짝짝하고 박수를 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대견하게 여길 분도 있겠지만 내 보기에는 안쓰럽습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하고 나누면 그뿐인데 형식에만 얽매어 있는 게 아닐까?’

아이가 한동안 동시로 일기를 써갔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답니다. 아이가 밋밋한 일기를 써갑니다. 그러다가 그림으로 일기를 대신했습니다. 그것도 선생님의 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네 생각은 어때?”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엔 속상했는데 이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라고 말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 벌써 체념을 배운 것 같습니다. 물론 시나 소설처럼 일기체라는 것도 있지만 꼭 그렇게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표현법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 감귤 밭이 딸린 중산간의 펜션-물놀이와 말 타기가 편리한-을 얻어서 ‘학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의 인격과 의사가 존중되는 학교입니다. 그래 아이들과 선생님이 서로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오늘은 무얼 하면 좋을지?’ 토론해서 하루의 일과를 결정합니다.

함께 시를 외우고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활동을 합니다. 옷 짓는 법과 집 짓는 법을 배웁니다. 함께 텃밭을 가꾸고, 식사시간이 되면 직접 요리를 합니다. 물놀이와 말 타기도 합니다. 어느 것도 강제하지 않으며 스스로가 그만두기 전에는 멈추도록 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 ‘행복한 학교’를 꿈꿔봅니다.  <오성근·전업주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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