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거리가 요란하다. 어딜 가나 벽마다 선거벽보가 현란하고, 동네마다 유세 방송으로 들썩인다. 특히나 올해는 열두 명이나 되는 대통령 후보가 나오다 보니 어느 해보다 벽보가 길기도 하다. 게다가 교육감 선거도 치러지다 보니 벽보 수는 더 많다.

지나치며 그 벽보를 보고 있자니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 많은 후보들 중에 여성이 한 명도 없을까? 긴 벽보 행렬 속에 더러더러 여성후보들이 섞여 있는 날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멀고 먼 일인가?

여성의 권익신장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빠르게 변화해 온 나라다. 여성계의 노력으로 공적 분야에서 단 시간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여성의 권익보호와 사회진출을 증대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 결과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러나 막상 현실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 사회는 이중적인 구조를 지녔다. 제도와 관습이 보이는 차이가 큰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여성을 둘러싼 가부장적 생활양식이 아직도 건재한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공정하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는 앞서가나 사회의 정서와 의식이 그것을 못 따라가는 까닭이다. 특히나 정치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역할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더 완고한 분야가 아니던가.

얼마 전 도내 한 여성단체에서 생활 속 성차별 경험 사례를 발표했다. 대부분 2000년대 이후의 사례인데도 우리 사회 여성과 남성에 대한 성차별이 굳건함을 경험적으로 생생히 증언하고 있었다. 우리사회가 이제 양성평등하고, 오히려 여성에게 대접을 너무 잘해주다 보니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생긴다는 반발까지 생기는 요즘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주 구시대적인 차별 사례들이 많았다. 사회 속에 양성평등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올해는 아르헨티나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여풍이 거셌다. 우리사회는 언제쯤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족쇄에 걸리지 않고 날개를 달고 훨훨 활약하는 사회가 될까.  <김유경·제주특별자치도 여성특별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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