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소피의 집에 웬델이 놀러온다.웬델의 부모가 시골 친척집에 다녀오는 동안 잠시 소피의 집에 맡겨진 것.

 하지만 처음 만남에서부터 소피는 웬델이 마음에 들지 않다.그런 소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웬델은 소피와의 놀이에 몰두한다.

 “엄마 아빠 놀이를 하자”웬델은 혼자 엄마와 아빠,그리고 다섯 아이의 역할을 다해낸다.그럼 소피는?내성적인 소피는 ‘강아지’노릇을 한다.

 “빵집놀이를 해볼까”오븐에서 빵을 굽는 시늉을 하느라 정신없는 웬델과는 달리 소피는 다 만들어져 진열된 케이크다.

 “엄마,아빠 웬델은 언제 집에 가요?” “금방”

 웬델의 장난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세면대 거울에는 치약으로,시탁보에는 땅콩버터로 자신의 이름을 써놓는 것은 그나마 얌전한 장난.소피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빛 괴물(?)과 인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역할 바꾸기.‘소방수 놀이’를 제안한 소피는 이번에는 자신이 역할을 정하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소방대장으로 불끄느라 정신이 없는 소피 앞에는 ‘불타는 집’인 웬델이 있다.

 미국의 작가 케빈 행크스의 「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는 성격이 다른 두 아이가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 ‘함께 사는 삶’과 어린이 다운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는 동화.

 성격이 다른 두 아이가 함께 어울려 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이들의 ‘순수함’은 이런 거리감을 좁혀놓고도 남는다.하지만 어른들은 사뭇 다르다.점점 웬델의 장난에 익숙해지는 소피와는 달리 소피의 부모는 점점 표정이 딱딱해 진다.

 급기야 “웬델은 절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소피는 ‘빨리 널 또 만나고 싶어’란 쪽지를 웬델에게 건넨다.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의 세상을,장난을 치는 개구쟁이의 마음 한가운데 있는 잔잔한 정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를 읽다가 천진난만한 웬델과 소피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도 이 때문.간결하고 리듬있는 말과 잔잔한 수채화풍 삽화도 정겹다.도서출판 비룡소.6500원.<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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